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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조일남(동북아문화산업학부·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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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2  12: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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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달간 극장가를 제 집처럼 드나들면서, 그 주에 개봉한 영화들을 빠짐없이 봤다. 아카데미 시즌을 맞아서 그렇기도 했고, 원체 영화를 좋아하기도 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아무튼 충만한 시간들이었다. 그 수많은 작품들 중에, 여전히 나의 머릿속 스크린으로 상영되는 영화의 인상들이 있다. 그것은 아름다운 하모니의 <라라랜드>도, 화려한 정체성의 혼란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문라이트>도 아니다. 가장 큰 인상은 <토니 에드만>에서 받은 감정이었다. 이 영화는 다른 영화들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영화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이 영화가 단순한 이해와 포용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서, 자식의 세계에 직접 발을 담가 본 아버지의 처절한 실패담을 기록한 영화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시시 껄껄한 농담과 변장이 취미인 아버지 빈프리트는 어느 날 루마니아에 근무하는 딸 이네스의 생일을 맞아 갑작스럽게 그녀를 찾아간다. 중요한 사업 체결을 눈앞에 둔 이네스는 가뜩이나 바쁜 와중에도 아버지를 위해 시간을 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던 빈프리트는 눈치 없이 딸의 회사에 우스꽝스런 변장을 한 채로 찾아가 그녀의 삶에 시종일관 개입하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방해로 순조로웠던 거래에 차질이 생긴 이네스는 아버지와 갈등을 빚고 어떻게든 아버지를 신경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빈프리트는 갖은 방법을 동원해가며 딸의 주변을 배회한다. 이 영화는 너무나 웃기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특히 변장한 빈프리트가 이네스와 맞닥뜨리는 여러 장면들은 손에 꼽고 싶을 만큼 번뜩이며 폭소의 연속이다. 두 부녀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가 더해져 정말 아버지와 딸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한편으로 가슴이 미어진다. 빈프리트와 이네스가 같은 공간에 놓여있으면서 생겨나는 어색한 공기가 그것을 대변하는 듯하다. 변장한 빈프리트는 딸의 주변 사람들에게 아버지가 아닌 사업가이자 인생 코치로 본인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네스에게 “항상 유머를 가져라”, “삶의 방향을 생각해라”와 같은 다소 뻔한 조언들을 건넨다. 물론 이네스는 그것을 무시하거나 당연한 말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가 섞일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눈물겨운 헛수고를 한다. 마침내 빈프리트는 “내가 틀렸던 것 같아요. 딸의 세계를 너무 우습게 생각했소”라고 고백한다. 이 솔직한 아버지의 고백이, 필자의 아버지로부터 듣고 싶었던 말일지도 몰라, 영화가 필자를 무너뜨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저작권자 © 광운미디어위원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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