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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해변에서 혼자: 젖은 모래 위의 자화상
김지운(동북아문화산업학부·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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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2  12: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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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는 이 영화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여배우와의 불륜이란 씁쓸한 상황에 대한 변명과 호소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영화평론가들이 극찬하는 영화임과 동시에 대부분의 대중이 손가락질하는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그의 영화들은 점점 더 현실을 닮아가고 있기에 어쩌면 이 영화는 이전부터 예견되어온 영화일지도 모른다. 홍상수만의, 홍상수이기에 만들 수 있는 정점으로 자리 잡는다. 모두가 엇비슷하고 덤덤하게도 자신의 인생길을 걸어가고 있다. 우리가 걸어가는 여정은 떠나는 사람의 무거운 발걸음과 남겨진 사람의 쓸쓸한 그림자의 반복이며, 그것만으로도 그만의 충분한 의미가 있다. 홍상수 감독의 화제 신작『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단순한 거지만 깊이 들어가면 복잡한 거야”라는 영화 속 어느 캐릭터의 설명처럼 불륜이라는 주제 외에 욕망과 솔직함에 의한 인간의 본성 그리고 우리가 마주하는 내외적 갈등들을 삶과 사랑이라는 틀 안에서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유부남과 여배우의 불륜이라는 소재로 수 없는 이야깃거리가 많았던 영화『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있을법한, 아니 있는 듯한 이야기이기에 불편한 영화이고, 현실적이고 직설적이기에 더욱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그는 그만의 직관과 우연 그리고 그의 영화관을 더해 또 한편의 그만의 자서전을 만들어 냈다. 홍상수의 영화가 아름다운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지독히도 현실적이기 때문이다.『밤의 해변에서 혼자』또한 그만의 영화답게 1부와 2부로 나뉘며 매 영화 드러났던 반복과 차이, 대구와 대조의 형식이 아닌 하나의 큰 이야기를 보여준다. 스크린 속 인물들은 현실 속에 존재할 법하다. 아니, 이미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의 일상을 옆에서 보는 듯이 진행되는데, 덤덤하게 툭 던지는 인물들의 일상적인 대화는 스쳐 가듯 가슴 한편에 박힌다. 아무것도 아닌 것만 같은 일상적 대화들은 깃털같이 보이지만 날카로움을 품는다. 사랑을 찾고 있는 거냐는 그녀 주변인의 질문에 그녀는 “사랑을 봐야 어디 가서 찾기라도 하지, 자격이 있어야 사랑해요?”라며 사랑과 욕망에 대하여 적나라하게 참아왔던 속내를 터트리는 장면에서는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의 연기가 연기로 끝나지 않는 ‘날 것’ 그 자체가 된다. 영화는 현실과 스크린 안의 제4의 벽을 넘나든다. 영희의 옛사랑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감독은 홍상수 그를 보듯 외형적으로 닮았다. 다음 영화는 어떻게 만들 거냐는 영희의 질문에 감독은 “그냥 떠오르는 대로 만들 거야. 미리 정해놓는 건 아무것도 없어. 첫 장면을 찍고 나서는 되는 대로 갈 거야”라고 말한다. 그의 대사가 마치 홍상수의 영화를 대표하는 것만 같다. 그는 그 어떠한 것도 틀 안에 정해두지 않으며 영화는 그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점점 현실을 닮아가고 있던 홍상수의 영화는 마침내 영화 속에 현실을 구겨 넣어 현실을 예술로 만들어낸다. 많은 이들이『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불편하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변명하는 영화를 만들었다고 손가락질한다. 나는 부도덕적으로 인식되는 불륜의 주제를 끌고 온 그가 자기 이야기보다 더 많은 삶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말하고 싶다. 영화는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풍자와 더불어 사랑의 아픔과 뒷면의 쓸쓸함, 그럼에도 나답게 살고 싶은 욕구 끊임없는 배고픔을 다루고 있다. 다만, 너무나 솔직할 뿐이다. 너무나 솔직해 부정하고 싶은 것뿐이다. 사랑 때문에 계속되는 고통 그리고 쓸쓸함, 지긋지긋한 후회를 남기지만 결국은 다시 사랑하고 싶다는 욕구를, 그리고 결국 고통을 마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려놓는다. 나답게 살고 싶다고 말하지만, 감당이 안 되는 그녀는 결국 도망치게 되고 사랑을 받아도 배고픔을 채울 수 없음에 공허해하며 시선의 손가락질로부터 그 누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지 물음과 동시에 그것이 진정한 사랑인가를 묻는다. 결국, 그들 중 누가 그 무슨 자격으로 맞고 틀린 것을 논할 수 있겠는가. 저 사람이 저런 이라고 어떻게 다른 이가 정의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모두 삶이란 결론에 도달할 수 없는 기나긴 해변을 홀로 걸어가고 있지 않은가. 사랑에 배고픈 자들이기 때문에, 아픔에도 또다시 사랑하기 때문에, 결국 이는 삶이기 때문에, 해변에서 홀로 쓰러져 남겨지더라도 마주 볼 수밖에 없는 고통을 안고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노라고, 홍상수는 자신의 최신작에서 덤덤히 말하고 있다. 이러한 영화의 자기 반영성은 놀라울 정도로 용기 있지만, 이 때문에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삶과 예술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 저작권자 © 광운미디어위원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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