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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성의 현주소: 『82년생 김지영』
최하영 기자  |  hellohy@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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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5  19: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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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2015년 가을, 3년 전 IT회사에 다니는, 세 살 연상의 남편 정대현 씨와 결혼해 지난해 출산과 동시에 퇴사를 한, 김지영 씨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누가 봐도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여성의 프로필을 소유한 김지영 씨는 어느 날부터 누군가에게 빙의되는 이상행동을 보인다. 그리고 소설은 1982년 그녀가 이 세상에 태어나던 때로 돌아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82년생 김지영』의 저자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작가 출신인 조남주 작가다. , <불만제로> 등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작가였던 그의 경험을 보여주듯, 그는 소설 속에서도 에피소드를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 각종 통계 자료와 기사들을 주석으로 달아 소설의 내용을 객관화시켰다. 작가는 이렇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김지영 씨의 삶을 의도적으로 보편적인 모습으로 그려내고자 한다. 소설 속 주인공인 ‘김지영’이라는 이름 역시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82년 당시 가장 흔한 여성의 이름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소설이 현실 그대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이것이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혹은 *르포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된다. 또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는 느낌을 주며, 궁극적으로는 소설과 현실의 경계를 흐리고 있는 인상이다. 이 소설은 정의당 노회찬 국회의원이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됐음과 동시에, 세대를 뛰어넘어 많은 대한민국 여성들의 공감을 모았다. 결국 이 소설은 소위 ‘역주행’을 하면서 베스트셀러로 올랐다. 실제로 독자들의 후기를 보면,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다”라고 말하거나 “소설 속 이야기가 너무나도 공감이 됐다”는 반응들이 주를 이룬다. 또 다른 독자는 “마치 소설 속 김지영이 나고, 내가 소설 속 김지영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한다. 이런독자들의 반응으로부터 알 수 있듯, 소설은 많은 대한민국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보통의 성장기를 거쳐 전업주부가 되기까지 대한민국에서의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 속 만삭의 김지영 씨는 퇴근길에 지하철을 탄다. 그러던 중 자리를 양보하는 한 여대생으로부터 “배불러까지 지하철 타고 돈 벌러 다니는 사람이 애는 어쩌자고 낳아?”라는 얘기를 듣는다. 이렇게 같은 여성에게도 다소 충격적이며 놀라운 이야기와 공감이 되는 이야기도 담겨져 있다. 그리고 “그런데도 그때는 몰랐다. 왜 남학생부터 번호를 매기는지. 남자가 1번이고, 남자가 시작이고, 남자가 먼저인 것이 그냥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다. 주민등록번호가 남자는 1로 시작하고 여자는 2로 시작하는 것을 그냥 그런 줄로만 알고 살 듯이” 와 같이 어쩌면 당연하게 느꼈던 것도 소설을 통해서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도 담겨져 있다. 그렇기에 쉽게 동화돼 고개를 끄덕이며 읽으면서도 한쪽으로는 여성 스스로의 주체성에 대한 자각을 하게 된다. 결국, 이 책은 지금까지 여성들이 겪어왔던 일들이지만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당연한 듯 살아가는 이 시대의 수많은 ‘김지영’의 이야기를 대신해주고 있다. 이 소설은 참 쉽게 술술 읽힌다. 하지만 쉽게 읽힌다는 것이 내용이 쉽다는 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국회의원은 “너무나 잔잔하면서도 잔인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정의당 노회찬 국회의원은 “차라리 소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며 이 소설이 담고 있는 잔혹한 현실을 이야기한다. 이 소설은 특별하지 않다. 그래서 더 무서운 소설인 것이다. 비록 책의 제목은『82년생 김지영』이지만 이는 비단 82년생, 혹은 80년대 출생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소설을 읽다보면 ‘어떻게 하면 이 답답함을 풀 수 있을까’ 그리고 ‘과연 대한민국 여성에게, 더 나아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좀 더 나은 희망은 있을까’하는 생각에 착잡해지고 복잡해진다. 이 책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일반적인 여성의 현주소를 밝힌 이야기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나의 자식에게는 나의 이런 이야기가 생소하게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과거에 비했을 때 여권이 상당히 신장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은 눈에 보이는 제도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비가시적인 차별들이 어떻게 여성들을 굴레에 가두는지를 드러낸다. 소설의 마지막 장인 ‘2016년’을 읽다보면, 조금씩 바뀌어가는 세상이 마치 이제 막 먹구름 속에 해가 뜨는 상황처럼 느껴지며, 대한민국의 희망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마지막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라는, 이 마침으로 알 수 있듯이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이자, 아직 대한민국 여권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르포르타주의 준말로 어떤 사회현상이나 사건에 대한 단편적인 보도가 아니라 보고자가 자신의 식견을 배경으로 해 심층취재하고, 대상의 사이드 뉴스나 에피소드를 포함시켜 종합적인 기사로 완성하는 데서 비롯한다. 이름: 김지영 출생: 1982년 4월 1일 생 직업: 전업주부 (홍보대행사 재직 중 출산 후 퇴직) 가족: 아버지, 어머니, 언니, 남동생/ 남편, 딸 학력: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인문학부 졸업 거주지: 서울 변두리 대단지 아파트 24평형 전세< 저작권자 © 광운미디어위원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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