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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빛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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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7  09:5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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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작 산란-기* 임준호(국어국문학과·13) 은행알이 밟혀 오지 난민 애들을 봐라 여기서 태어난 것만으로도 감사한 줄 알아 도시의 가로로 구르는 은행알은 그래도 싹이 보이잖어 누군 알을 보며 새를 그리던데 넌 씨눈도 안 보이냐 하긴 뭐 볼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 부유하고 싶어 비상은 너무 피로하잖아 대기권을 돌파하는 로켓 실험할 돈은 없어 대신 자기장을 타고 부상하는 초전도체 멋지지 않니 미끄러지듯 흐르는 민물장어의 꿈 그 짜릿함을 끊임없이 발전시킬거야, 수포는 돌아가는 곳이다 아무런 힘 없이 있을 수 없기에 공원을 걷는다 민틋한 어깨로 막을 수 없는 햇빛은 옆구리를 적시기 시작한다 물때를 맞춰야만 간만의 범람에 놀러 갈 수 있다 거대한 식수의 잎사귀가 잇몸으로 햇살을 쪼는 시간 달뜬 바람에 파도는 연안을 찢고 개펄은 촉촉이 배어나오고 하나도 둘도 아닌 곳에서, 여보오 저 임신 했어요 믿기지 않겠지만 발걸음에 몸을 담갔더니 그만 말하고 싶어요 뒹굴지 않을 때 돌에 이끼가 자란대요 입맛이 돋아나요 담배 연기가 매캐하네요 도시의 차로는 왜 콜타르일까요 나뒹굴면 당신 눈에 밟히겠죠 낳아서 거기에 내다 버리려구요 무정하다구요 산란은 진통의 광복이에요. * 중국 주(周) 시조 후직(后稷) 신화에서 일부 가져옴. 강원(姜嫄)이 거인의 발자국을 밟고 잉태해 후직을 낳았다. 상서롭지 않다고 여겨져 후직은 세 번 버려졌으나, 매번 도움을 받아 살아남았다. 수차례 버려졌으므로 후직의 이름은 ‘기(棄)’였다. [『사기(史記)』「주 본기(周本紀)」] 시-가작 실행력 홍우성(국어국문학과·11) 굴삭기는 입력된 목표치를 향해 팔을 뻗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직선적으로 담배를 피우며 구경했다. 생각에 잠긴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가던 길을 멈추고, 나는 자꾸만 재를 털어냈다. 건물이 굴삭기를 뱉어냈다. 온갖 토사물이 함께 쏟아져 내렸고 초원을 횡단하는 물소떼를 생각했다. 먼지가 일어나는 곳마다 물이 뿌려졌다. 나는 담배를 껐다. 방들의 단면이 나체로 전시되고 있었다. 주말 오전마다 색소폰을 불던 방도 그곳에 걸려 있었다. 목구멍엔 돌가루가 촘촘하게 심겼고 코에선 흙비 냄새가 났다. 이제 굴삭기는 밤새도록 식어갈 것이다. <참빛문학상> 심사평 ­ 시 부문 올해 참빛문학상 시 부문 응모자는 총 30여 명이었다. 작품의 질에 있어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응모된 70여 편의 시 모두가 편편이 가치가 있었다. 오늘날의 대학생들에게 시란 무엇인가, 시라는 양식은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가, 세계와 시는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가, 시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가를 번민하는 과정이 드러났기에 즐겁고 유익한 독서였음을 밝혀둔다. 다만 상당수의 응모자가 시를 산문적 진술의 호흡 단위의 분절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듯해 아쉬웠다. 관습적인 사유를 평이하게 늘어놓거나, 언어에 대한 세밀한 고투 없이 세계에 대한 낙담에서 낙관으로 급격히 널뛰기하는 진술들도 자주 보였다. 시는 산문과 달리 의사 진술로서의 감정 환기적 기능을 가지며, 한 편의 시는 말하려는 언어와 말을 삼가려는 언어 사이의 긴장으로 가득차야 한다. 자기표현의 의욕은 물론 자신이 속한 사회적 좌표와 그 심층을 보려는 의지가 넘쳐야 한다.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넘어서 타자의 신음을 들어보려는 절제의 훈련도 있어야 한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기꺼이 낯선 세계 곁으로 다가가려는 움직임도 필요하다. 그 어떤 것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한 편의 시에서 그런 조합을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는 작품들을 꼽았다. 유승현, 이소연, 임준호, 홍우성의 작품이다. 먼저 유승현의 「쪽지로부터의 전개」외 3편은 오밀조밀하게 재치 있는 표현이 많았고, 행과 연의 배치도 탄력적이었다. 그러나 각개의 표현이 갖는 성과에 비해 전체적으로 묘사하는 대상이 명확히 잡히지 않았고, 유행하는 표현들의 관념적 배열이 생의 구체성으로 연결되지 못해 아쉬웠다. 이소연의 「느린 마찰」외 1편은 하나의 단어가 어떤 풍경으로 상형(像形)됐는지를 집중력 있게 보여줘, 한 편의 시를 직조해내는 작업이 마치 자신만이 발견한 언어적 제자(製字) 원리를 탐색해가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러한 대상에 대한 관찰이 관찰 자체로 그치는 감이 있어 안타까웠다. 시적 관찰력이 왜 필요한 것인지 좀 더 숙고하기 바란다. 임준호의 「산란-기」 외 1편은 전체적으로 산만한 느낌이 없지 않으나 불우의 공통감각을 갖추고 있어 관심을 끌었다. “아무런 힘없이 있을 수 없기에 공원을 걷는” 화자가 바리데기처럼 버려진 것들의 역사를 산책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언어가 난분분하고 다소 작위적인 표현들도 눈에 띄었다. 홍우성의 「저속」 외 2편은 직선적 속도를 중시하는 세속에서 “멈춰서” 허물어지고 있는 풍경을 자세히 관찰하고 있는 화자의 위치가 눈에 띄었다. 함께 응모한 「저속」과 「실행력」 모두 세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고루 갖추고 묘사의 수준에 있어서도 일정 부분 성취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한 편의 작품으로는 소품에 그치는 인상을 주었고 제목의 작명이나 자동화된 표현들은 아쉬움을 남긴다. 응모작들 각자가 가진 미덕과 보완점 사이에서 고심하다가, 사회적 문제의식과 생의 이미지를 결연한 임준호, 홍우성의 작품을 가작으로 선정한다. 한 편의 작품만을 당선작으로 내놓기엔 각자 보완해야 할 점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의 응모자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에 대한 연민의 감각과 형상화 과정의 부분적 성과는 현재의 시점과 좌표에서 적절히 칭찬받아야 할 것이다. 시로 가는 길은 멀고, 멈추는 길은 가깝다. 성치 않은 칭찬이지만 정진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참빛문학상> 심사평 - 단편소설 부문 소설은 총 다섯 편이 응모됐다. 김유빈의 「1인용 식탁」은 영화 시나리오 내지 희곡이다. 이 작품은 성폭행의 결과 태어난 아들과 이것을 괴로워하는 엄마의 갈등이 서사의 중심축이다. 저자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서사의 설득력이 약한 한계점을 드러냈다. 강태헌의 「낙하」는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인해 일가족이 자살하고 살아남은 대학생이 악몽에 시달리다가 가스 폭발로 사망하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소설에서 대화가 너무 많이 등장하고, 많은 것을 이야기하려다 보니 오히려 많은 것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다. 엄태영의 「무제-0001」과 권기혁의 「함수 F」는 소설을 쓰는 주인공을 등장시킨 소설가 소설이다. 엄태영의 「무제-0001」은 구체적 형상화가 미흡했고, 권기혁의 「함수 F」는 서사의 설득력이 약했다. 김동민의 「소시민」은 어린 시절 5·18민주항쟁을 겪으면서 친형을 잃은 중년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다. 주인공은 변호사로 성공했지만 5·18트라우마를 갖고 살아간다. 대학생 아들은 시위에 참가하면서 세속화된 삶을 살아가는 아버지를 비판한다. 이 소설은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을 소시민이라는 문제적 시각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소시민」은 서사의 상투성과 내면 묘사의 미흡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이끌어가는 힘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이야기로서의 소설이 지닌 힘을 보여준 이 소설을 당선작으로 선정한다. 저자가 더 좋은 소설을 쓸 수 있도록 정진하기를 바란다. 최강민(문학평론가/문화평론가) <참빛문학상> 심사평 - 문학비평 부문 ‘참빛문학상’ 평론은 세 편이 응모됐다. 김재원의 「악몽과 고통의 연대기」는 임철우의 창작집 「연대기, 괴물」(2017)을 분석한 평론이다. 평론은 자신의 관점을 갖고 텍스트를 독특하게 바라보는 글쓰기다. 이런 점에서 김재원의 글은 각주와 인용이 너무 많다. 공서윤의 「‘밀리언달러 힙합의 탄생’과 한국 힙합의 전사들」은 김봉현의 「밀리언달러 힙합의 탄생」(2017)에 대한 일종의 서평 성격 글이다. 그렇지만 실제 글을 읽어보면 김봉현의 책은 어디로 가버렸고, 한국의 힙합문화에 대한 필자의 견해만 제시돼 있다. 이 글은 논지의 일관성과 통일성이 좀더 보충돼야 한다. 박용재의 「초현실주의의 본질과 죽음에 관한 고찰」은 보리스 비앙의 장편 「세월의 거품」을 통해 초현실주의 문제를 다룬 평론이다. 저자는 자신만의 문체로 긴 호흡의 글을 통해 초현실주의와 「세월의 거품」을 논하고 있다. 이 글에서 아쉬운 점은 초현실주의와 작품을 함께 이야기하려다 보니 글의 초점이 흔들렸다는 것이다. 이런 아쉬움으로 인해 당선작 대신에 가작으로 박용재의 글을 뽑았다. 세 편의 평론은 모두 장을 구분하고 소제목을 다는 평론의 형식을 갖췄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최강민(문학평론가/문화평론가) 참빛문학상 당선소감 ■단편소설 당선작 | 김동민 가장 행복한 때가 있으면 글을 쓸 때고, 가장 힘들 때가 있으면 글을 쓸 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제가 글을 좋아한다는 것이며, 제 글을 읽는 독자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전 '소시민'을 쓰면서 지금을 살아가는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생각했습니다. '소시민'을 접하게 된 독자들 또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제게 있어서 더 없이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향후에도 여러분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설을 쓰면서 독자와 조금 더 친근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시 가작 | 임준호 이번 학기에 여러 시인의 시론을 접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분들의 말씀을 읽어도 시란 무엇인지, 시인은 시를 왜 쓰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저 저도 시를 써보고 의미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39회 참빛문학상을 맞이해 두 편을 겨우 털어냈습니다. 그 중「산란-기」가 다행히 심사위원님의 눈에 밟혔나 봅니다. 이제는 은행 냄새 가득한 졸시를 수정(授精)해 주실 다른 여보오를 기다립니다. 참빛문학상, 나아가 광운대란 공간에 자리 한 켠을 내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 시와 소감을 읽어주심에 다시 감사를 드리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시 가작 | 홍우성 시를 처음 알게 된 건 재작년 겨울이었다. 그때도 날씨는 추웠다. 나는 나의 체온이, 발걸음이, 호흡이 어색했다. 적막한 골목길을 걸을 때마다 자꾸 뒤를 돌아봤다. 오늘처럼. 시를 처음 쓰기 시작한 건 작년 겨울이었다. 그때도 날씨는 추웠다. 나는 아무 때나 부끄러웠고 깜짝 놀라듯 슬퍼했다. 오늘처럼. 뭔가를 쓰면 조금 살고 싶어졌다. 누군가 읽어주면 조금 더 살고 싶어졌다. 순수를, 영원을, 정의를, 완전함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기로 한다. 이 글은 이미 쓰여졌고 나는 더 부끄러울 계획이다. 절실하고 싶다. 부서지고 싶다. 저 끝까지 갔다가 넝마 차림으로 돌아오고 싶다. 그러나 유쾌하게. 주신 상은 더 유쾌하게 살아보라는 격려와 꾸지람으로 알아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학비평 가작 | 박용재 수상작에 선정됐다는 전화를 받고 사실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번 참빛 문학상은 제가 느꼈던 모든 생각을 아낌없이 옮겨 적는 과정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은 저에게 가장 괴로운 동시에 가장 행복한 고민을 선물했습니다. 이번 대회는 저에게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이자 창구였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를 비평이라는 짧은 글을 통해 전달했다는 점에서 저 스스로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나아가 잡지 기자를 꿈꾸는 저에게 성찰과 고민의 기회를 제공한 학교 측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언젠가 제 꿈이 이루어졌을 때, 그 시작이 어디인지 묻는다면 조심스럽게 이 대회를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저 스스로의 꿈에 대한 시작점이 이번 연도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잘 이뤄진 것 같아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만족합니다. 다시 한번, 이 상을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작권자 © 광운미디어위원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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