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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빛문학상 : 단편소설 부문(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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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7  09: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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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민 김동민 (국어국문학과·15) #1 그 날, 광주 시내에선 누가 누군지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빼곡하게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사람 머리뿐이었고, 그저 이 장소에 사람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던 이유는 내가 형을 따라서 시내의 앞쪽에 놓여있던 버스 위에 올라와있기 때문이었다. 금남로라는 이름의 시내 거리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를 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었고, 나 또한 그들과 함께 지금 이 장소에 있었다. “와, 여기 이 사람들 여기서 다 뭐하는 거야?” “음, 현아. 저기 저 총 들고 있는 사람들 보이지? 저 사람들이 이제 곧 돌아갈 거거든. 그래서 기뻐하는 거야.” “그게 기쁜 거야?” “그럼. 당연하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저렇게 군인들이 물러난다는 건 국민이 승리했다는 증거나 다름없으니까.” “오오.” 형이 하는 말은 너무나도 어렸던 그 당시의 나에겐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소리였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힐끗 형을 올려다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굳이 여기까지 나올 필요가 있는 거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있다면, 굳이 자신까지 여기에 나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 당시의 내 생각이었다. 밖에 나오는 것은 일단 매우 귀찮은 일이었고, 이렇게 사람이 빽빽하게 많은 곳은 나이가 어린 내게 있어서 그다지 좋은 장소라고는 인식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그저 신기한 거라고는 꾸물거리는 사람들의 머리를 구경하는 것뿐이었다. 내가 말똥말똥한 눈으로 형을 바라보자, 형은 그런 나를 바라보며 피식 웃어 보이더니 이내 내 머리를 꾹꾹 누르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왜?” 정말로 형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그 당시의 나는 살며시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금 고개를 갸웃거렸다.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나서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텐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인지할 수가 없었다. “동생아. 누군가 해줄 거라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돼. 오히려 아무도 하지 않으려고 할 때야말로 나설 수 있는 사람이 나라에 필요한 거야.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모인 게 지금의 여기란다.” “…….” 수많은 환호 속에서 또렷하게 들려오는 형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미 이 금남로에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너무나도 빼곡해서 마치 이젠 하나의 사람 머리로 이루어진 강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물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장소에 모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란 것은 어린 나이인 나 또한 쉽게 알 수 있었다. 그 증거로 사람들의 격양된 심정이, 환희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내 가슴 또한 끊임없이 요동치고 있었다. 그 때만큼은 정말로 나 또한 이들의 일원이라는 사실에 두근거림을 느끼고 있었다. 장담할 수 있었다. 그 때만큼은 분명히 내가 이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에 후회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자부심까지 느끼고 있었다. “동생아. 넌 지금 역사의 살아있는 증인이 되는 거야. 그 두 눈으로 똑똑히 봐 둬.” 괜스레 형이 내 머리를 벅벅 쓰다듬으며 빙긋 웃어보였다. 형의 큰 손이 머리를 만지는 느낌은 너무나도 기분이 좋아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포근하고 안심이 되었기에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오, 시작하나보다.” 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와 형이 서있던, 수많은 광주 시민들이 서있던 금남로에서는 애국가가 제창되기 시작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그렇게 학교에서 끊임없이 들어왔던 노래가 천천히 귀에 스며들었다. 지금 이 거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끊임없이 말했다. 이 노래가 끝나면 우리의 승리라고. 이 노래가 끝날 때면 우리의 혁명은 새로운 시작을 알릴 것이라고. 하지만 노래가 끝날 때가 되어가자, 나는 내 작은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준비!” 군인들의 제일 앞에 서있던 사람이 손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그리고 소리치는 모습을. 그리고 그와 동시에 총을 들고 있던 군인들이 세워놓은 채로 자세를 유지하고 있던 총을 정자세로 쥐는 것을. 정말로 그 상황은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그 장소에 서있던 광주 시민들 중 그 누구도 군인들의 속도에 반응할 수가 없었다. “격발!” 최초에 소리쳤던 군인의 손이 아래로 내저어짐과 동시에 일렬로 선 채로 우리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던 군인들의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 그들의 눈빛엔 감정이 없어서, 그 어느 것도 느끼지 못할 만큼 싸늘해서 나는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오싹함과 불안함에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뭐, 뭐야. 저거. 왜 저래?” “형? 뭐야? 왜 그래?” 내 옆에 서있던 형 또한 뭔가 상황에 이상함을 느낀 건지, 형의 목소리에선 당황함이 역력하게 느껴졌다. 괜스레 불안해진 나는 형의 옷소매를 살며시 잡아끌었고, 그리고 그와 동시에 평생 잊을 수 없는 소리가 내 귓전을 때렸다. 탕, 타탕! 아아악! 끄아아악! 총의 격발음이 들림과 동시에 수많은 금남로의 사람들이 낙엽처럼 쓰러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환호의 소리가 사람의 피비린내 나는 비명 소리로 바뀌는 것은 정말이지 한순간이나 다름없었다. “미, 미친 새끼들!” 형은 떨리는 눈동자로 입술을 꾹 깨물더니, 나를 번쩍 들어 올리며 몸을 홱 돌린 채로 소리쳤다. “상철아! 상철아, 어딨어!” “야, 이 새끼야! 거기서 뭐해! 빨리 내려와!” “강현이! 강현이 좀 받아줘! 빨리!” “강현아, 이리 와!” “혀, 형!” 아래에 있던 형의 친구가 날 향해 손을 뻗는 걸 보며, 그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나는 당황한 나머지 형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형은 그런 나를 보며 재빨리 소리쳤다. 아니, 소리치려고 했다. “…어?” 내게 있어서 하나 밖에 없는 자랑이자 보물이었던 형의 옆구리엔 어디선가 날아온 눈이 없는 총알이 그대로 들이박혔고, 그와 동시에 형의 옆구리에서 피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끄흐읍…. 강현아! 이쪽 보지…. 말고 빨리…. 가! …빨리!” 핏발이 잔뜩 선 채로 내 쪽을 노려보던 형은 상철이 형에게 날 넘긴 뒤, 내가 상철이 형의 품에 안긴걸 보고서 그대로 버스 위에서 깃털처럼 털썩 옆으로 쓰러졌다. “이런 미친! 성현이 총 맞았어! 현호! 야! 현호! 너 어딨어!” “나 여기 있어! 이, 씨. 이게 다 뭐야? 이, 일단 강현이는 내가 챙길 테니까 너 성현이 챙겨! 빨리! 아이고, 이게 뭔 일이냐!” 그 때 눈앞에서 형이 총에 맞았다는 충격은 너무나도 무시무시해서, 나는 그 자리에 얼음처럼 굳어버린 채로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와 함께 풍겨오는 피 냄새에, 그리고 버스 위에서 두 눈을 부릅뜬 채로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진 형의 모습에 그저 몸만을 사시나무처럼 바들바들 떨고 있을 뿐이었다. 저 멀리서 뛰어오는 군인들의 모습들은 마치 귀신같아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빨리! 빨리 가! …어? 야, 저기 상재도 쓰러져있어!” “상재? 상재라고? 어디?” “내, 내가 상재 챙겨올게! 넌 일단 강현이 데리고 병원으로 가!” “어, 어! 일단 그럼 병원에서 만나!”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와 전신을 휘감는 피비린내. 쓰러진 채로 흐느끼는 사람들과 눈을 까뒤집고서 바닥에 누워버린 사람들의 모습이 연속해서 내 시야 속으로 들어왔다. 나는 형의 친구에게 짐짝 마냥 들린 채로 점차 형에게서 멀어져가면서, 그 때의 참상을 두 눈 속에 분명하게 새겨 넣었다. <중략> 계절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면서 지금 이 순간이 될 때까지 대한민국에서는 수없이 많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라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형태를 달리해가고 있었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내게 있어서 ‘시위’라는 단어는 단순하게 그저 그 때의 총격만을 연상시킬 뿐이었다. “당연한 소리 아니오? 시위를 나가지 않았으면 형도, 형 친구들도, 어머니도 죽지 않았을 것 아니오?” 만약 시위에 나가지 않았더라면 형도, 어머니도, 형의 친구들도 전부 지금 살아있을 것이 분명했다. 함께 웃고, 함께 울며 2002년 월드컵이라거나 나라의 축하할 일이 있을 때면 언제나 같이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같이 모여앉아서 과일을 깎아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술도 마시며 계속해서 추억을, 미래를 만들어 나갔을 것이 분명했다. “솔직히 이 세상, 우리 한 명, 두 명 없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잖소. 안 그래?” 나는 옆에 놓여있던 막걸리를 다시 한 번 쭉 들이켰다. 실제로 시위가 벌어졌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시위에 나가는 것은 아니었다. 단순히 자신의 생활에 일념하는 사람도 있었고, 관심은 가지지만 굳이 참가하면서 시간을 사용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며 단순히 나 또한 그들과 마찬가지라고, 마음속으로는 열심히 시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차피 내가 아니더라도 세상은 바뀔 것이며, 실제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빠르게 변화하는 이 세상에 맞춰서 살아가기 위해선, 나 또한 그에 맞춰 바뀔 필요가 있다고. 적어도 난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아들놈은 그게 아니래. 형이 그 날 나한테 했던 말 기억해? 그, 누군가 해줄 거라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 갑자기 목이 타들어가는 것만 같아서, 나는 남아있던 막걸리를 단숨에 마셔버리고선, 빈 막걸리 통을 한 쪽에 던져버렸다. 그리고선 새 막걸리를 꺼내 쉬지 않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감정이 격해지는 바람에 너무나도 급하게 마셔서 그런 건지 순간 사례가 들려 켁켁거리며 마시던 막걸리를 토해냈지만, 나는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로 입가에 묻은 막걸리를 닦아내며 말을 이었다. “…모두 그런 생각을 하면, 이 사회는 아무것도 바뀌는 것이 없다는 거.” 곧바로 말을 잇고 싶었지만 이 다음으로는 갑자기 먹먹해지는 가슴에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살짝 떨궜다. 몇 분 정도 그러고 앉아있었을까.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지금껏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말을 살며시 끌어냈다. “…있지, 형님. 나도 사실은 이미 알고 있소.” 지금까지 부정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나도 내가 소시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그저 겁이 났을 뿐이었다. 이 세상에서 이제 내 편이라고는 아무도 없는데, 내 개인이 판단했을 때 정당한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만약 그것이 사회가 잘못된 선택이라고 규정지어버린다면 그 뒤에 이어질 일들이 너무나도 겁이 났을 뿐이었다. 그저 실패하게 되면 받게 될 보복이 두려웠을 뿐이었다. “나도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이 세상은 그저 힘 있는 자의 것이 되어버릴 것이고, 사회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소. ”평생을 살아오면서 수도 없이 봐왔다. 권력은 힘 있는 자의 것이었고, 힘이 있는 자는 언제나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끊임없이 시위가 벌어지고, 국민들이 일어섰지만 나는 겁이 난 나머지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우리 형도, 형의 친구들도 전부 시위를 하다가 죽어버렸는데도. 아니, 오히려 시위를 하다가 죽어버렸기에 막상 나는 나라를 위해 국민으로서 일어나야만 하는 때가 오더라도 덜컥 겁이 나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 하나뿐인 아들은 그 때 공포에 사로잡힌 나머지 그 어떤 시위도 참가하지 않았던 나를 단순한 소시민이라고 말했다. “아들을 보면서 말이오. 형님이 생각났소. 내 아들인데, 형님이 생각났소. 진이를 보면서 사실 나도 마음 한 쪽에서는 아들처럼 행동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버렸소. 그도 그럴게, 진이는 내 아들이잖아.” 괜스레 그 지금까지 이어졌던 큼지막한 시위들이 떠오르며 다시금 입술 사이로 실소가 나왔다. “크흐흐……. 근데 무서운 걸 어째? 앞으로 나섰다가 괜히 죽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 응?” 죽음이 무서웠다. 그저 죽는다는 것이 무서웠다. 사람이 생명을 잃는다는 것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죽어버린다는 것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내 죽음을 그 누구도 알지 못하고, 진이를 낳기 이전까지 가족 하나 없던 내 죽음을 그 누구도 슬퍼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어째서인지 이젠 실소가 아니라 갑작스럽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 내게 가족이라곤 진이 하나 밖에 없는데, 당연히 진이가 시위를 한다고 하면 화내는 게 맞는 거 아니오?” 나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다시금 막걸리를 입에 가져다 댔다. 꿀꺽꿀꺽. 목 너머로 넘어가는 막걸리의 감촉을 느끼며 나는 계속해서 타오르는 목울 축였다. “진이가 없으면 난 이제 아무도 없단 말이야!” 내 유일한 가족이었던 아내는 새로운 유일한 가족을 만들어버리고선 세상을 떠나버리고 말았다. 유일한 삶의 낙이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진이를 낳으면서 형의 곁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살아가는데, 이렇게 말도 안 되게 모든 것이 내게서 멀어져만 가는데 여기서 진이까지 멀어져버린다면 나는 이 세상을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진이도 나처럼 시위 같은 건 하지 않는 삶을 살기를 바랐다. 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살아가길 원했다. “진이마저 없으면 이젠 정말로 집에 돌아가도 아무도 없는데, 무서워서 어떻게 해? 응?” 다시 또 목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재빨리 옆에 있던 막걸리를 낚아채 목구멍 속으로 밀어 넣은 뒤 막걸리 통을 옆에 내려놓았다. “사람이 없는 집을 알고 계시오, 형님? 아무도 없는 그 적막함은 정말 기분 더러울 정도로 고요하다오. 나만 있는 그 시간은 너무나도 무섭고, 괴롭다, 이 말이야.” 형이 죽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그 좁은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나 밖에 남지 않았을 때, 그 때의 고독함과 괴로움은 평생 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좁은 집이라고 생각했던 집이 넓게 느껴지는 건 이젠 내게 너무나도 두려운 일이었다. “이별이 있으면 사별이 있고, 사별이 있으면 슬픔이 있소. 슬픔이 생기면 마음을 앓고, 마음을 다치면 사람을 잃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을 잃으면 그 때가 되서야 내가 된다오. 진정한 내가.” 나는 다시금 막걸리를 목구멍 속으로 흘려 넣었고 입가를 한 번 닦아내며 말을 이었다. “근데 말이오. 난 이제 더 이상 내가 되고 싶지 않소. 솔직히 이미 한 평생 난 너무 혼자 오래 있었잖소. 내가 아니라 네가 되고 싶소. 이제 누군가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건 욕심이 아니잖소.” 아무도 없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혼자서 몇 년을 사는 경험은 이제 내겐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갑자기 그 때의 서러운 기억이 다시금 상기되자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제 혼자인 건 건 싫은데. 근데 진이 녀석은 시위를 나가겠대. 자기 선택에 확신이 있대. 그래야만 한다고 말 하더라고.” 혼자는 이제 싫었다. 더 이상 이 끊임없이 싸움만 벌어지는 세상에서 혼자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기댈 곳 하나 없이 살아간다는 건, 이제 내겐 더 이상 무리에 가까운 일이었다. 진이가 시위를 하다가 잘못 되기라도 한다면, 큰 일이 나기라도 한다면 난 이 세상을 더 이상 살아갈 용기가 없었다. 감정이 다시금 복받쳐 오르자 결국 내 볼에는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모르겠소. 모르겠소. 형님…….” 나는 더 이상 내가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진이가 옳다는 것을 나도 이미 알고 있는데도, 그런데도 진이가 시위를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점차 커져만 가고 있었다. 진이가 정당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자랑스러움보다도, 위험해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두려움만을 느끼고 있었다. 난 이런 내게 부끄러움과 함께, 이젠 더 나아가 자괴감까지 느끼고 있었다. “…도대체가 무엇이 정답인지, 무엇이 맞는 길인지 모르겠소. 그냥 살고자하면 안 되는 거요?” 진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말을 해줘야할지 알 수 없었다. 네 선택이 맞으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아니다, 이건 거짓말이다. 나는 진이의 선택을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진이의 앞을 막아설 것이 분명했다. 무엇보다도 당장 오늘만 하더라도 진이는 물대포에 맞아 병원에 실려 왔다. 시위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일을 하는 진이를 내가 가만히 두고 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시위는 위험하니 더 이상 시위에 나서지 말아라? 아니다, 이것 또한 거짓말이다. 진이는 분명히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갖고 있었으며, 분명히 다시금 시위에 나설 것이 분명했다. “도대체 나보고 뭘 어쩌란 말이오! 어떻게 하라는 말이오!” 진이의 선택이 올바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이상, 나는 더 이상 진이의 앞을 막아 설 자격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막아선다고 하더라도 진이는 시위에 나갈 것이 분명했다. “…그냥 단순히 이 나라에서 살아가고자 할 뿐인데, 나라는 왜 이렇게 나한테서 모든 걸 뺏어가려고 하는 거요?” 그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고자 했을 뿐인데, 이 사회는 나를 가만히 두질 않았다. “차라리 보내고 죽도록 미워지는 사람이면 좋았을 텐데, 왜 하필 더욱 사랑하게 되는 사람인거요? 보내고 아무 미련도 남지 않는 사람이면 좋았을 텐데 왜 더욱 눈물 나게 하는 사람인거요?” 나라라는 것들은 가족을 뺏어가고, 소중한 사람들을 뺏어가며 끊임없이 내게 무언가를 요구해오고 있었다. “형님, 형님이 보고 싶소. 현호 형님도, 찬수 형님도, 혁진 형님도 모두 보고 싶소. 매일매일 웃으면서 놀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소. 한 없이, 원 없이 웃어보고 싶소.” 하루도 빠짐없이 웃음이 떠나가지 않았던 광주 거리가 다시금 시야에 아른거렸다. 그저 마냥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가족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며, 웃고 있는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냥 행복했던 그 때가 눈앞에 있는 것만 같았다. “우리가 나라에게 도대체 잘못한 게 뭐요? 우리가 실수한 것이 뭐란 말이오. 우린 그저 살아가고 있었을 뿐이잖소. 내가 왜 이렇게 살아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죄책감에 떨어야하는 거요? 이건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럴 수 있는 것 아니오? 대답 좀 해보소, 형님!” 자신은 나라에 잘못한 것이 없었다. 시위라는 것도 결국은 참가하고 싶은 사람이 참가하는 것이었으며, 누군가에게 강요하고, 강요받는 것이 아니었다. 시위라는 것 자체가 무조건적으로 국민이 해야 하는 의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왜 나는 이렇게 평생을 죄책감에 떨며 살아가야 되는 건지, 평생을 두려움에 떨며 살아가야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도저히 이해하고자 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때도, 지금도 그저 살아가고 있을 뿐이잖소. 살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 것뿐이잖소…….” 그 때도 그저 단순히 살아가고 싶어서 시위를 했을 뿐이었다. 형도, 형의 친구들도 그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고 싶어서 자리에서 일어났을 뿐이었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 일어났을 뿐이었다. 누군가를 괴롭힐 생각도, 누군가에게 해를 끼칠 생각도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를 괴롭히기 위해, 누군가를 해치기 위해 시위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달라고,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게끔 만들어달라고 국가에게 요구할 뿐이었다. “그냥 내가 괜찮으면 소시민으로 살면 안 되는 거요? 그게 그렇게 잘못된 거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가는 대로만 사는 건 안 되는 거요?” 뭔가를 하라고, 무언가 행동으로 보이라고 어째서인지 세상은 계속해서 내게 요구하고 있었다. 내가 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런 누군가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 누군가는 분명히 이 세상에 어딘가에 틀림없이 존재하고 있을 터였다. 그저 시위에 참가하지 않았으면 그게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고, 그게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길이라고 몰아가는 이 사회가 너무나도 괴롭고, 무서웠다. “모르겠소, 나는 정말로 모르겠소. 형님, 형님…….”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눈물과 함께 나는 형님의 묘비를 끌어안으며 나는 슬픔과 괴로움에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알 수 없었다. 지금에 와서도 도저히 자신의 아들에게 어떻게 행동을 했어야만 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천천히 형님의 묘지 뒤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나는 남아있는 막걸리를 전부 입에 털어 넣은 채로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저작권자 © 광운미디어위원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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