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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 일본을 흔들어 놓다윤정운 기자의 세계는 지금
윤정운 기자  |  talk789@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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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12  13: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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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룩 튀어 나온 배, 뚱뚱한 체격에 두꺼운 뿔테 안경을 걸치고 머리카락은 마구잡이로 뻗친 채 허름한 체크무늬 남방을 걸친 사람. 우리가 생각하는 오타쿠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편협한 시각이 많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오타쿠가 일본 시장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을 뒤엎어 놓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그냥 노는 게 아니에요” 비즈니스로서의 서브컬쳐를 이끄는 오타쿠
일반적으로 ‘오타쿠’는 특정한 사물이나 장르에 심취해 그것만을 위해 매진해 연구하고 찾아다니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덕후’라 불리기도 한다. 오타쿠는 단순한 마니아의 수준을 넘어 하나의 취미에 몰두해 맹목적으로 찾아보고 즐기면서 전문가 이상의 식견을 가진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주요 관심사는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과 같은 *서브컬쳐 장르이다.
기성세대에 반항하고 젊은이들의 불만표출로서의 역할을 하던 서브컬쳐는 1990년대에 오타쿠가 등장하면서 점차 오타쿠 문화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일본에서는 ‘코미케’라는 대규모 서브컬쳐 축제도 일 년에 두 번씩 열리고 있다.
이곳에서 오타쿠들은 자신이 개발한 애니메이션 상품이나 게임을 전시하고, 원하는 캐릭터 상품을 구매한다. 즉, 코미케는 거대한 오타쿠 문화 교류의 장인 셈이다.
오타쿠가 중심인 서브컬쳐는 단순히 재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비즈니스로서의 가치가 크다. 서브컬쳐의 한 장르인 일본의 애니메이션, 만화, 영화는 이미 전 세계에서 흥행을 일으켰다. ‘너의 이름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애니메이션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문화 비즈니스에서의 성공은 일본에 많은 외화를 벌어다 주며 효자산업으로 부상했다.
실제로 『21세기 신문화의 리더, 오타쿠』에는 서브컬쳐 교류의 장인 코미케가 최근에 서브컬쳐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많은 기업들이 주목하는 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서술돼 있다. 기업들이 주목한다는 것은 서브컬쳐가 비즈니스로서의 매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는 증거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버티게
한 원동력, 오타쿠 파워
일본은 1990년대 초부터 10년간 경제적 불황을 겪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에도 오타쿠가 중요한 역할을 해온 문화 산업은 계속해서 성장해 왔다. 닌텐도 Wii나 닌텐도 DS를 한 번도 써본 적 없거나 일본 애니메이션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일본의 게임기, 영화, 만화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불황기에도 효자산업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오타쿠 산업은 일본에 경제적으로만 혜택을 준 것이 아니다. 외국 관광객들을 유치함으로써 일본이라는 나라와 문화를 알리고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 했다고 할 수 있다.
오타쿠는 자신이 흥미 있는 분야에 대해 세심하고 예리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만들어내는 상품의 완성도도 높다. 피규어, 완구류, 엽서, 초콜릿 등 오타쿠가 캐릭터를 넣어 상품화시킨 물건들은 일본 내에서는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에는 피규어 원형사라는 직업이 있는데 연 2,000만엔의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피규어 비즈니스 종사자인 이들은 입학식이나 결혼식 같이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들의 피규어를 제작해준다. 피규어 원형사들을 위한 학원이 성행한다는 사실은 오타쿠의 상업적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오타쿠를 환영하는 일본 기업
일본의 기업이념과 경영방침은 장인 정신이다. 대기업이 아닌 소규모 장사에서도 가문의 이름을 걸고 가업을 잇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본의 특징과 오타쿠의 장인 정신에 버금가는 전문성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전문성이 강조되는 최근 사회에 전문가보다 더 전문적인 오타쿠는 일본의 대기업에서도 환영받고 있다.
오타쿠는 문화적 흐름에 맞춰 자신들의 관심 분야를 발전시켜 나가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확산되기 쉽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들이 **프로슈머의 역할을 하며 문화 전파의 선구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익이 되는 것이다.

적절히 풀어주고 규제하는
일본 VS 무조건 막고 보는 한국
기업이 오타쿠를 받아들이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데에는 일본 정부의 정책 덕택이 크다. 일본의 경우 오타쿠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컨텐츠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다. 또한 창작 활동에 방해가 되는 규제는 풀고 문화 컨텐츠를 활성화시키는 제도적인 뒷받침과 사회적 환경 조성이 잘 돼있다.
일본의 벤처 기업인 ‘도쿄 오타쿠 모드’는 오타쿠 시장 전반에서 사용 가능한 ‘오타쿠 코인’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오타쿠 콘텐츠 업계에 특화된 가상화폐로 애니메이션, 만화, 캐릭터 분야에서의 더 활발한 활동을 유도한다. 일본의 새로운 시도들이 오타쿠의 비즈니스적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컨텐츠 규제가 심하다. 청소년들의 음란물 접근 방지를 위함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인터넷을 통한 규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컨텐츠 창작자들에게 방해가 되는 정책들이 대부분이다. 일본의 오타쿠같은 문화 사업을 번창시키기 위해서는 창작 규제를 완화하고 청소년 규제가 다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의 정책에 힘입어 사회 분위기의 변화가 필요할 때이다.

*서브컬쳐: 사회의 전체적이고 지배적인 문화와 대조되는 문화. 하위 문화라고도 한다.
**프로슈머: 소비는 물론 제품 생산과 판매에도 직접 관여하여 해당 제품의 생산 단계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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