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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서로에게 가해자가 되는 세상에선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
김수림 기자  |  soolim0690@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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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4  01: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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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수 림

(행정·17)

soolim0690@kw.ac.kr

 

 

 

 

 

 

 

우리는 서로를 너무 쉽게 혐오하고 있다. ‘급식충’, ‘맘충’, ‘설명충’, ‘한남충’. 상대방을 비하하기 위해 벌레에 비유한 단어들이다. 그 외에도 요즘에는 김치녀’, ‘개저씨’, ‘된장녀등 비하성 표현들이 만연한다. 소수자, 약자 뿐 아니라 다수 대상을 혐오하는 용어들이 나타나며 혐오 대상 범위 또한 점차 넓어지고 있다. 이젠 그저 지나가는 유행어가 아닌 일상어가 됐다.

비하성 표현의 만연함은 성별 대결 구도로까지 이어진다. 페미니즘을 남성 혐오로 보고, 모든 남성을 한남충이라 비하한다. 20161년간 온라인에서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외국인 관련 4대 혐오 표현 게시물 81,890건 중 여성 혐오 관련 게시물이 51,918건을 차지했다. 오늘날 사람들은 혐오 표현을 너무나도 쉽게 사용하고 타인을 쉽게 비하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차별과 편견에 무감각해지고 무신경해지고 있다. 혐오 표현은 단순히 기분 나쁜 말, 상처가 되는 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일상에 있어 실질적인 위협과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김태형 작가의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에 의하면 상대에 대한 혐오 표현이 난무하게 된 것은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낮은 자존감과 높은 불안감이다. 자존감이 낮고 현실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사람은 타인과 비교해 자신이 높은 위치에 있음을 확인함으로써 만족감과 안정감을 얻는다. 타인에게 낙인을 찍음으로써 자신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인들은 특정 사회 집단을 향해 쉽게 혐오감을 드러낸다.

SNS를 통해 보면 일명 극혐’(극도로 혐오한다)이라는 단어를 통해 재미 요소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히 재미를 위해 표현된 혐오감 또한 사회적 악영향을 야기한다. 숙명여대 법학과 홍성수 교수는 혐오나 차별의 말들이 누적되다보면 농담에서 어느 순간 정형화된 이미지로 굳어 지게 된다그 단어 자체로 차별이 되기 때문에 이런 표현이 정형화되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재미로 사용되는 혐오 표현조차 무의식적으로 차별을 유도하게 된다. 혐오 표현을 당한 피해자는 그 행위를 복제해 또 다른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

질책을 당할 만한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혐오 표현의 일상화로 인해 맞춤법이 틀린 글 등 사소한 실수까지도 필요 이상으로 서로를 모욕하고 혐오한다. 또한 불특정 다수를 통틀어서 칭하는 혐오 표현들의 특성으로 인해 대한민국 여자란 이유로 김치녀’, 대한민국 남자란 이유로 한남충’, 결혼해서 전업주부를 하면 취집충’, 진지하면 진지충이 된다.

서로를 혐오하고 비하하는 행동을 통해 그 순간에는 본인에 대한 합리화와 안정감을 얻을지 모른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는 상대에 대한 불신과 날카로움만을 조성하지 않을까. 인상 깊었던 혐오 표현을 바라보는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 작가의 말로 마무리하고 싶다. ‘단언컨대, 서로에게 가해자가 되는 세상에선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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