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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4  16: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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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아연

(산심·14)

 

2015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홀로 사는 청년 10명 중 4명이 주거 빈곤 상황이다. 주거 빈곤이란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주택에 살거나 고시원 같은 기타 거처에 거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스핏츠는 저서 청년, 난민 되다에서 언제든 박스 몇 개에 나눠 담을 수 있도록 인생을 정리한다는 것. 원치 않지만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 도시에서 안정적으로 공간을 빌릴 자본이 없는 청년은 잠재적 난민이라고 말했다. 한국 영화 소공녀의 미소와 일본 영화 백만엔 걸 스즈코의 스즈코는 트렁크 하나 끌고 불안정한 주거공간을 찾아다니는 청년 난민이다.

미소는 위스키와 담배, 남자친구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는 젊은 가사도우미다. 새해가 되고 월세와 담뱃값 모두 오르자 셋방을 빼고 거처를 찾기 위해 대학 시절 동아리 부원들의 집을 차례로 찾아 나선다. 스즈코는 21살 여자로 얼떨결에 전과자가 돼 도피하듯 백만엔을 모으면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백만엔 걸 스즈코2008년 작, 소공녀2017년 작으로, 9년의 시간차가 있지만 두 여성의 삶은 닮아 있다.

미소는 대학 동아리 부원이었던 록이네 집에 갔다가, 어떻게든 미소를 록이와 엮으려는 록이 부모의 압박을 받는다. 남는 방이 있는데도 록이와 한 방에서 자고, 록이는 늙으신 부모님 소원이고, 너도 나도 안정이 필요하니까 결혼하자고 말한다. 미소는 집이 없다고, 생각과 취향도 없는취급을 당한다.

스즈코의 사정도 나을 바 없다. 스즈코는 친구의 애인에게 고소 당하고 그와 같이 살았다는 이유로 형사에게 성희롱적인 질문을 받는다. 시골 마을 집에서는 스즈코가 목욕할 때 그 집의 장년 총각이 밖에서 기웃거리고, 잠에서 깨니 그가 허락도 없이 방에 들어와 있기도 하다. 결국 스즈코는 도망치듯 그 마을을 떠난다.

그러나 두 영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소공녀가 추운 겨울, 두꺼운 옷을 겹겹이 입고 커다란 트렁크를 끈 채 대도시를 돌아다니는 미소의 모습이라면, 백만엔 걸 스즈코에서는 여름, 시골의 초록 풍경이 창문으로 보이는 열차를 탄 가벼운 옷차림의 스즈코를 그린다. 경제적 여건 또한 다르다.

스즈코는 아르바이트만으로 백만엔을 두 차례나 모으지만, 미소는 보증금을 낼 돈이 없어서 더 싼 집을 보러 다닌다. 그런 집들은 볕이 안 들고, 곰팡이가 슬어 있고, 최소한의 사적 공간마저도 침해당하는 곳이다. 실제 통계도 영화 속 상황과 궤를 같이한다. 지난 2014년 기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의 소득 대비 임대료 부담률(RIR)은 평균 24.2%였다. 즉 수입의 24.2%는 주거비로 나간다는 의미다. 이는 일본의 주택산업신문사가 지난 2014년 발표한 일본의 RIR 14.6%에 비해 10% 가까이 높은 수치다. 비정규직 보편화로 인한 고용불안, 저임금, 경제적 양극화 등이 청년 주거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영화의 결말에 스즈코는 한 곳에 정착해 떳떳하게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반면 미소는 다소 극단적으로 담배와 위스키를 즐기는 대신 주거를 포기한다. 그러나 그만큼 현실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종의 충격 요법으로서, 사회에 변화를 촉구하는 경종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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