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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씨네우리가 결혼할 수 없는 이유
조일남 기자  |  ajtwlsdlfska@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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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10  16: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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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연애와 결혼을 다룬 최근 한국 독립 영화들의 공통적인 어떤 경향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은 더 이상 아기가 태어나지 않는 멀지 않은 미래를 그린 SF영화다. 마지막으로 태어난 가장 어린 18세 소년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단 소식이 전해지며, 사람들은 인류가 멸망할 수밖에 없단 사실에 절망한다. 이 영화가 그리는 미래상이 언뜻 허무맹랑하게 보이면서도 오늘날 한국 독립영화들이 포착한 한국 사회의 단면과 닮아있다는 인상을 준다. 바로 20대와 30대가 겪는 연애 과정들에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풍경들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커플들은 장기 연애 중이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결혼을 머뭇거리거나,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헤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있다. 어째서 한국의 젊은 감독들이 포착한 영화 속 풍경에 결혼은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었을까. 두 편의 영화 『초행』과 『소공녀』로 최근 한국 독립영화들에 드러난 연애와 결혼에 관한 단상들을 조망해 보자. 7년 연애에도 우린 결혼을 결정할 수 없어 『초행』 지영(김새벽)과 수현(조현철)은 동거 중이다. 제법 연애의 높은 문턱들을 수월하게 넘겨온 두 사람은 명절을 맞아 서로의 집에 방문하기로 한다. 가족들과 만나 식사를 하게 된 지영과 수현, ‘결혼은 언제 할거니?’란 질문을 받은 두 사람은 어쩐 이유에선지 선뜻 대답을 미루고 부모들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때 되면 다 하게 된다’ ‘살아 보고 결정해’ 라는 부모세대의 흔한 조언은 이들에게 결코 현실적인 대답이 아니다. 『초행』은 이렇게 서울 시내 한복판에 맨몸으로 던져진 두 남녀의 연애담을 보여주며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일이 이다지도 초조한 이유를 들여다보는 민감한 촉매와 같은 영화다. 겉으로 보기엔 달콤한 연애를 유지중인 것처럼 보이지만, 대학원생이자 미술학원 강사인 수현은 불안정한 수입으로 인한 경제적 압박에 불안해하고, 지영은 임신에 관한 불안과 스트레스로 초조하다. 여기에 갑자기 던져진 ‘결혼’이란 주제는 이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그 누구도 길을 알려 주지 않는 초행길이기에 어디로 가야할지 갈피를 못 잡는 두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영과 수현은 함께 걸어가기를 결심한다. 하지만 그들이 도착하는 장소가 결혼인지는 영화가 끝나도 우리는 끝내 알 수 없다. 위태롭게 버티다 끝내 멀어지는 연인들 『소공녀』 청소 일을 하며 담배와 위스키를 사랑하는 주인공 미소(이솜). 담배 값이 2000원이나 오르던 해, 동시에 집 월세가 올라 집과 담배 둘 중 한 가지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담배를 끊는 것과 거리에 나앉는 것. 결국 미소는 자신의 취향을 지키기로 한다. 오갈 데가 없어진 미소는 임시방편으로 자신의 옛 친구들을 찾아가 그들의 집을 청소해주는 대신 잠시 묵는 방법을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녹록치 않은 환경에도 불구하고, 미소는 남자친구 한솔(안재홍)을 만나는 걸 빼놓지 않는다. 헌혈로 받은 영화표로 하는 데이트가 유일하지만 말이다. 두 사람은 틈틈이 서로 돈을 모아 함께 살 집을 구하고 싶지만, 집값은 오르는 데 반해 버는 돈은 여전히 그대로다. 이 상황에 전전긍긍하던 한솔은 결국 급여가 많은 해외 파견근무를 지원해 미소와 잠시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소공녀』는 사회 초년생이 일을 하며 취향을 지키기가 얼마나 버거운지를 보여준다. 나이든 흔적이 여실히 보이는 친구들에 반해, 미소의 외향은 여전히 20대 모습 그대로다. 현대 사회에 자신의 좋아하는 가치를 지킨다는 건, 어른이 되지 못한 피터팬 콤플렉스의 환자가 되는 걸 자청하는 일이 아닐까. 또 미소와 한솔 커플의 유일한 데이트 코스가 영화 감상인 것처럼, 경제적인 문제는 연애에 높은 장애물이다. 그러니 함께 살 미래를 위해 당장은 헤어져야만 하는 이 아이러니가 결코 영화에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미소와 한솔이 평범한 부부가 되기 위해선 결국 스스로를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니 말이다. 이렇게 독립영화 속 연인들에게 결혼은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점차 사라져 가는 환상처럼 그려진다. 주제와 표현의 다양성을 전제로 한 독립영화들이 적잖게 이런 풍경들을 담아낸다는 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연인들은 사라지고 아이의 탄생은 더 이상 축복이 아닌 시대. 미래가 없는 세상의 도래는 망상이 아니라 어쩌면 필연적인 걸지도 모른다. 그때가 오면 우린 누구를 탓해야 할까. 그리고 지금은 어디에서부터 이를 피할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까.< 저작권자 © 광운미디어위원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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