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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 세대’에게 포기의 의미
김형준 기자  |  brotherjun@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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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29  12: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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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3포 세대’였다.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에서 청년 세대가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했다는 뜻이다. 어느 순간 여기에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을 포기한다는 ‘5포 세대’라는 말이 나오더니 꿈과 희망마저 포기했다며 ‘7포 세대’를 지나 이젠 ‘N포 세대’라는 말이 공고히 생겨버렸다.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일본에도 ‘사토리 세대’라는 말이 있다. 돈벌이나 출세에 관심 없는 젊은이들을 이르는 말로 우리나라에서는 ‘달관 세대’라고 번역하고 있다. 긍정적인 의미의 달관이 아니다. 해도 안 되니 차라리 사회가 요구하는 기대로부터 벗어나 욕심 없이 살아가겠다는 일종의 체념의 의미다.
실제로 그렇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332,807건이었던 전국 혼인 건수가 작년엔 264,455건으로 대폭 감소했고, 가임 여성 1인당 출산율도 2017년 기준 1.052명으로 바닥을 찍었다. 작년 진행한 취업 포털 인크루트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4%가 ‘취업 때문에 연애를 포기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통계를 보거나 언론, 주변에서 떠드는 N포 세대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네 청년 세대가 너무도 암울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고 이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삶에 필요한 N개의 것들을 포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또 여기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취업 준비생의 74%가 연애를 포기할 의향이 있다고 했지만 주위에 많은 친구들은 예쁜 연애를 이어가고 있다. 혼인 건수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데 웬만한 결혼식장엔 자리가 없단다. 사회에서 요란하게 떠드는 N포 세대라는 언어가 피부로 그다지 와 닿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우리 청년 세대의 N포는 비자발적 포기를 말하지 않는다. 우리 세대는 대체로 결혼을 어쩔 수 없이 ‘포기’하지 않는다. 다만, 각자의 가치관에 입각해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미혼이라는 단어와 비혼이라는 단어를 분리해 쓰고 있다. 경제적 상황으로 출산을 불가피하게 피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아이를 가지지 않는 대부분의 부부들은 *딩크족이 되기로 선택한 것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과의 관계를 잡고 싶어도 잡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니라, ‘복잡한 세상’ 혼자 ‘편하게 살기’로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세대에는 너무나 많은 가치들이 생겨나 선택권이 넓어졌고, 사회는 완전하지 않지만 그 선택들이 모두 존중받는 분위기로 바뀌어 가고 있다. 남들이 부르는 우리 세대의 포기는 더 이상 액면 그대로의 ‘포기’가 아니다.
N포는 우리의 선택이니까, 아프니까 청춘이니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노력하자. 이런 허무맹랑하고 시대착오적인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현 사회는 2030세대가 결코 살기 쉽지 않다. 아니 힘들다. ‘숟가락 하나 가지고 시작했다’는 성공 신화가 더 이상 통하는 사회가 아니다. 숟가락 하나 가지고 시작하면 갖고 있던 숟가락 하나마저 뺏기는 사회다. 다만, 안 그래도 힘든 세상에서 BTS의 가사처럼 “3포 세대 5포 세대 … 언론과 어른들은 의지가 없다며 우릴 싹 주식처럼 매도”하는 분위기는 없어져야 한다. 또한 우리 스스로를 N개의 가치를 포기한 무기력한 사람들로 만들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N포 세대의 다른 말은 포기한 N개를 제외한 다른 가치들을 여전히 간직하고 지키고 있는 세대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영위하면서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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