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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씨네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 부산국제영화제를 다녀오다
조일남 기자, 최승현 수습기자  |  ajtwlsdlfska@kw.ac.kr, shc@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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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29  13: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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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일부터 7일까지 펭귄씨네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 축제 부산국제영화제에 다녀왔다. 부푼 기대감을 안고 시험 준비마저 뿌리친 채 야심차게 내려간 두 기자를 기다리고 있던 건 레드카펫도 야외 상영관에 빛나던 밤하늘의 별도 아닌 태풍 ‘콩레이’의 세찬 바람이었다. 인터넷 예매를 실패했던 조일남 기자는 비가 내리던 티켓 부스 앞에서 밤을 새며 보고 싶었던 영화 티켓을 구했지만, 그만 몸살에 걸려 예정보다 일찍 서울로 돌아오고야 말았다. 최승현 기자는 숙소를 떠나자마자 거세게 몰아친 비바람 탓에 들고 있던 우산이 망가질 정도였으며 온몸이 젖은 채로 숙소에 다시 돌아와 눈물을 머금고 미리 예매해뒀던 영화를 포기해야 했다. 운명의 장난인지 두 기자가 떠난 뒤 부산 영화제는 맑은 날씨 속에 평화롭게 마무리됐다고 하는데, 이렇게 이번 호 펭귄씨네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제에 태풍을 몰고 온 두 기자의 고생담을 빙자해 영화제 소감과 인상 깊은 작품에 관한 짧은 단상들을 담아 봤다.

조일남 기자
화제작들이 대부분 매진된 탓에 급하게 현장 예매를 위해 부산으로 내려갔다. 기자가 보고 싶었던 영화의 경우,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될 것으로 알려진 탓에 암표 가격이 무려 6만원까지 이르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현장 예매는 당일 상영하는 영화를 오전 8시부터 티켓 부스 앞에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이 심한 작품은 전날 밤부터 부스 앞에서 기다리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기자 역시 전날 새벽부터 티켓 부스 앞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영화 『아일랜드』에 출연한 아이돌 그룹 엑소의 레이가 관객과의 대화 행사에 참가했던 탓에 염치를 무릅쓰고 엑소 팬들에게 현장 예매에 관한 조언을 얻기도 했다. 다수의 현장 예매 경험과 눈치 싸움에 숙련된 엑소 팬들 덕분에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었다. 몰아치는 비바람을 함께 버텼던 탓에 예매가 끝난 뒤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면서 진정한 연대감이 무엇인지를 한 번 실감하게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중국의 거장 지아장커 감독의 『애쉬』였다. 지아장커 감독의 작품 세계는 사라져가는 얼굴들과 풍경들을 끝까지 기억하고 되새기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작품인 『애쉬』 역시 급격한 경제 성장 시기에 감옥에 들어가야만 했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10년만에 세상에 나온 주인공은 위챗과 영상통화와 같은 전과 달라진 관계 맺기나 급격한 시스템의 변화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애쉬』는 이때 확연하게 달라진 중국의 풍경들을 마주할 때 느끼는 당혹스러운 공기를 여지없이 대면할 수 있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뿐만 아니라 오늘날 CCTV가 곳곳에 설치된 중국 사회의 단면 또한 체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최승현 기자
태풍 때문에 우여곡절이 있었다. 특히 둘째 날 6일에는 태풍이 심해 기대감을 안고 예매했던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논픽션』을 결국 볼 수 없었다. 온몸이 젖었지만, 여분의 옷도 없던 탓에 숙소에 있던 드라이기와 선풍기 바람으로 젖은 옷과 신발을 건조시키는데 안간힘을 쓰며 다음 영화를 기다려야만 했다. 태풍으로 얻은 뜻밖의 행운도 있었다. 줄곧 매진 상태였던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누구나 아는 비밀』과 홍상수의 『풀잎들』의 여석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자가 겪었던 상황처럼 변덕스러운 날씨로 인해 상영 당일에 취소표가 많이 풀렸기 때문이다. 어느 영화의 상영 시간에는 여석이 많아 무료로 표를 양도하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총 7편을 감상했고 그중에서 가장 잔상이 남는 작품은 홍상수의 『풀잎들』이다. 카페에 모인 사람들의 대화가 영화의 모든 풍경인 『풀잎들』은 짧지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각자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카페, 한구석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는 아름(김민희)의 시선과 내레이션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그런 아름의 모습은 어두운 극장에서 스크린을 고요히 바라보고 있는 관객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카페라는 좁은 공간에서 새어 나오는 이야기들은 심오하게도 죽음에 관한 것이다. 죽음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그들은 서로의 잘못을 힐난하고, 서로의 아픔을 고백하며, 서로의 슬픔을 위로하기도 한다. 나약한 존재들의 군상들을 그려내는 이 영화는 계속해서 죽음을 반추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환기시키는 것은 삶의 소중함이다. 영화는 종종 카페 밖 누군가가 심어 놓은 풀잎들의 작은 떨림들을 비추는데, 그 모습은 결국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좋은 마음으로 부산을 떠났다. 좋은 영화들을 보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비슷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같은 문화를 함께 향유하는 기쁨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됐다. 취향 공동체가 만들어내는 기분 좋은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꼈다. 그런 공동체를 마주하는 일은, 우리 자신의 존재를 깨닫는 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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