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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날, 멕시코 ‘망자의 날’윤정운 기자의 세계는 지금
윤정운 기자  |  talk789@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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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12  11: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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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도 있다, 할로윈
매년 10월 31일이 되면 ‘할로윈’을 맞아 온 세계가 떠들썩해진다. 이태원을 비롯한 서울 각 지역에서도 좀비, 조커, 미라 등 시체를 형상화한 분장을 한 사람들이 “Trick or Treat!”을 외치며 할로윈을 즐긴다. 할로윈은 켈트족이 거주하던 지금의 아일랜드와 북부 유럽에서 유래했다. 당시 그 지역은 모두 겨울이 길어 10월 31일을 여름의 마지막으로 보고 11월 1일을 새해 첫 날로 기념했다. 수확의 계절인 여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되는 10월 31일을 사람들은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불분명해져 마녀를 비롯한 죽은 사람들의 혼령이 땅으로 내려와 농사를 망치고 살아 있는 사람들을 괴롭힌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마을 사람들은 온갖 정령이 자신의 몸에 거처를 마련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귀신분장을 하고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이것이 전 세계로 퍼지며 이벤트화 돼 지금의 할로윈으로 이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할로윈하면 미국만을 떠올리지만 멕시코에도 할로윈과 비슷한 기념일이 있다. 10월 31일부터 11월 초까지 행해지는 멕시코 원주민의 풍속인 ‘망자의 날’이다. 사자(死者)의 영혼이 내려와 산 사람들의 마을에 돌아다닌다고 믿는 점에서 한국의 제사와 비슷하지만 축제처럼 즐거운 분위기가 차이점이다.

망자의 마음에 들어야 복을 받을 수 있다
망자의 날은 멕시코에서 죽은 친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잠시나마 현생으로 돌아오는 중요한 날이다. 할로윈과 비슷한 기간에 개최되며 멕시코에서 11월 초는 주 곡식인 옥수수 농사가 마무리되는 달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묘지에서 집에 이르는 길에 꽃잎·촛불·헌물 등을 놓아 영혼들이 집을 잘 찾아올 수 있도록 돕는다. 그 주변은 망자가 좋아했던 음식과 각종 수공예품으로 장식하기도 한다. 가족들은 멕시코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옥수수 가루로 만든 빵인 ‘타말’부터 쟁반만큼 커다란 빵에 설탕을 잔뜩 뿌려 특별히 준비한 ‘죽은 자의 빵’, 설탕 해골까지 신경 써서 제단을 준비한다.
이렇듯 각별하게 준비하는 이유는 산 사람들이 준비한 의식을 망자가 마음에 들어 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화를 입을 수도 있고, 복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망자가 의식을 마음에 들어 할 경우 옥수수 풍년을 불러다주고 준비가 미흡하다면 사고, 질병과 같은 재앙을 불러일으킨다고 믿는다.
준비가 끝나면 모두가 해골 분장을 하고 축제를 여는데, ‘칼라베라(calavera)’라는 해골 모양을 한 초콜릿과 캔디를 나눠먹으며 묘비에 가서 죽은 이를 기린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다
멕시코인들이 모든 준비를 마친 후 묘비에서 절하고 묵념하며 경건하게 떠난 이를 기린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들은 무덤에서 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도 해골 분장을 하고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술도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나눠먹으며 시끌벅적한 행사를 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죽은 이를 그리워하는 기간에 예의가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을 향해 멕시코인들은 반문한다. “보고 싶었던 이들이 이승으로 단 한 번 내려오는 날인데 반갑고 기쁘지, 왜 슬퍼해야 하지?” 한국에서 제사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슬픈 날이지만 멕시코에서 망자의 날은 그리운 사람이 ‘찾아오는’ 기쁜 날인 것이다. 이들에게 죽음이란 끝이 아닌 하나의 새로운 삶이자 시작이며 과거와 현재, 사실과 허구를 잇는 연결 고리인 것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 역사로부터 나오다
죽음을 삶과 구별하지 않고 하나로 포용하는 멕시코인들의 태도는 역사적으로도 관련이 있다. 망자의 날은 죽음의 여신에게 제사를 올리던 멕시코 원주민들의 고유 전통과 가톨릭이 만나 만들어졌다. 예전부터 이어오던 역사적 풍습에 사후 세계가 있다고 믿으며 죽는 것 또한 자연의 섭리라고 생각하는 종교적 사상이 더해져 죽음을 더 이상 슬퍼하지 않는 것이다.
 
영화 『코코』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
많은 대중매체에서도 망자의 날을 컨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디즈니·픽사의 장편 애니메이션 ‘코코’로, 영화 내용 전체가 망자의 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소년 ‘미구엘’이 우연히 사후세계로 들어가 겪는 모험담을 다룬다. 코코는 망자의 날을 주제로 한 영화 중 죽음을 대하는 멕시코인들의 생각과 사후세계를 창의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했다는 평을 받는다. 실제로 제작진이 3년 동안 멕시코의 광장·교회·묘사·시장 등 망자의 날을 실감나게 재현하기 위해 직접 돌아다녔다고 한다. 망자의 날이 게임으로 되살아난 사례도 있다. ‘과카밀리’는 망자의 날과 같은 멕시코 문화를 모토로 해 플레이스테이션·게임기·PC 등 여러 플랫폼으로 출시된 액션게임이다. ‘월드 오브 워 크래프트’ 등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인기 있는 유명 게임에서도 망자의 날 기간이 되면 관련 이벤트를 여는 등 세계 곳곳에서 관련 행사를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죽음에 대한 새로운 생각
멕시코 사람들은 경건한 분위기에서 조용하게 묵념하며 먼저 떠난 이들을 생각하는 것만이 죽은 이를 기리는 방법이라는 통념을 깬다. 오늘 날 삶과 죽음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것과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이 망자의 날의 가장 큰 의미로 여겨진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시인 엑토르 우에르타가 망자의 날에 대해 남긴 표현이 있다. “의식의 나라에 태어나 축제의 나라에서 죽다. 빵은 망자의 이름을 가지고 있고, 망자는 빵이 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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