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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대면할 용기기자수첩
조일남 기자  |  ajtwlsdlfska@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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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12  11: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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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폭력의 징후들은 우리 사회 전반에 깊이 내재돼 있다. 우리는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과 ‘거제 살인사건’처럼 잔혹하지만 뚜렷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살인 사건들이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주류 언론들은 살해동기를 우울증이나 피해자의 과실, 살인에 관한 단순 호기심을 제목으로 삼아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범행 수단을 자세히 묘사하는 점 또한 예외는 아니다. ‘불친절해서 살인’과 같은 자극적인 보도 내용은 읽는 이로 하여금 가해자를 향한 분노와 비난으로만 사건을 소비하도록 한다.
그런데 정말 그 이유만으로 우리는 그 끔찍한 행위의 원인들을 이해할 수 있는가. 오히려 그 순간 살인이란 행위가 납득될만한 폭력으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반문해봐야 하지 않을까. 말하자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폭력은 더 이상 한 가지 요인이나 개인의 일탈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제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누구도 도처에 존재하는 폭력의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차마 이야기하기 조심스럽지만 이제 그 반대도 충분히 성립할 수 있음을 숙고해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면서 또한 가해자의 자리에 위치할 수 있을지 모른다. 오늘날 벌어지는 살인 사건의 폭력들은 인지 과정을 넘어선 충동적인 경향이 강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1999년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를 다니던 학생 에릭과 딜런은 900여발의 총알을 난사해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을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바로 ‘콜롬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이다.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수많은 영화들이 제작됐으며 또 살해원인을 분석하고자 연구 논문과 보도들이 수천 건 작성 됐다. 기자는 이 논의들이 단 한 사람의 진실한 고백보다 설득력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건 당사자인 딜런의 어머니, 수 클리볼드가 펴낸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란 책 앞에서 말이다.
가해자인 딜런은 부족함 없는 가정환경 속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사건이 있기 전까지 특별한 사고나 문제 한 번 일으킨 적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따라서 수 클리볼드는 어둠 속으로 뛰어드는 일을 감수해야만 했다. 뚜렷한 이유 없이 하루아침에 괴물이 된 아들을 이해하기로 한 것이다. 정신분석학자와 신경의학자들을 만나 조언을 얻고, 다른 가해자 에릭의 부모를 만나기도 했다. 또한 딜런이 평소 어떤 학생이었는지 학교로부터 자문을 구했으며 자신이 추억하는 딜런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이 초인적인 행위가 가능할 수 있었던 건 역설적으로 살인자가 돼버린 아들을 이해하기 위한 사랑으로부터 출발했다는 점이다. 또 그가 깨달은 사실은 사건이 있기 전까지 딜런이 보낸 우울증과 신경 불안의 징후들을 자신이 미처 인지하지 못했단 점이고, 미국 사회 속 위태로운 개인들이 얼마나 쉽게 총기를 구할 수 있는지와 불안 증세를 겪는 누구도 딜런의 자리로 갈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물론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혹한 살인의 동기를 수 클리볼드의 사례로만 판단하긴 어려울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유념할 사실은 그가 ‘왜’에서 멈추지 않고 ‘어떻게’로 나아갔다는 데 있다. 남겨진 우리가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다시는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해서라도 이 잔인한 폭력의 징후들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란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은 우울과 불안으로 인해 파괴의 충동을 지닐 수 있다. 그런 그에게 쉽게 칼이 쥐어질 수 있는 사회라면 과연 그 책임을 가해자에게만 돌릴 수 있을까. 우리에게 필요한 논의는 여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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