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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자존감이 대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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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29  00: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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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새봄 (동문산·16)

나는 자존감이 낮다는 말을 자주 들었고, 들을 때마다 반성했다. “왜 나는 자존감이 낮은 걸까? 빨리 높여야 해!”라고 스스로 다그치기도 했다. 자존감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나는 나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알고 싶었고 가치에 따라 사랑받는다고 생각했다. 나의 가치를 찾지 못하면 가치를 갖고 있는 다른 사람처럼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랑받을 자격을 찾다 보니, 내가 남보다 우월한 점이 없다고 결론 내리기 일쑤였고, 자존감은커녕 열등감만 높아지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번번이 자존감 높이기에 실패하자, 오히려 궁금해졌다. 다른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사랑할까. 조금 쑥스럽지만, 친구들에게 “너는 너를 사랑해?”라고 물어봤다. 대답은 천차만별이었다. A라는 친구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당연히 사랑한다”라고 했고, B라는 친구는 “사랑하지 않기에 사랑하려 노력하는 중”이라고 했다. 나는 B에게는 동질감이 A에게는 의문이 들었다. 사랑하는 이유를 모르면서 어떻게 사랑한다는 것일까?
모두가 알 듯이, 우리는 우리에게 소중한 사람, 예를 들어 부모님이나 친구가 어떤 능력이 뛰어나서 그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요인들이 장점이 되는 것은 맞지만, 절대적인 사랑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이렇게 우리는 사랑하는 이들에겐 한없이 관대하지만, 자신에게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우리 존재 자체가 소중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더 능력 있어 보이고 더 매력 있어 보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실 세계의 나와 이상향의 나 사이의 괴리를 깨달으면,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난 왜 이럴까’ 하고 스스로를 깎아내린다.
이런 경향이 생긴 이유를 개인이 아닌 사회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수많은 대중매체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보다 ‘우월한’ 사람을 목격한다. 대기업 채용 후기, 화려한 외모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연예인 등 이들이 알려주는 성공 비결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노력’이다. 유명 인사들은 자신이 힘든 환경에서 얼마나 노력해서 그 자리에 도달했는지를 강조한다. 그걸 접하는 우리는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진다. 또한 여러 사회 기제는 그 결과를 공평한 레이스에서 나온 것처럼 꾸민다. 그래서 우리는 무언가에 실패하면 그 원인을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여기고 질책한다. 하지만 애초에 개인의 출발선은 다르고 성공하는 사람의 수는 매우 한정돼있다. 우리는 노력 중독증에 빠져있다. 자존감이라는 단어 자체는, 처음엔 자기 자신을 소중히 대하라는 의미였지만 지금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 어서 노력해서 모두가 원하는 사회적인 사람이 되라고 재촉하는 것처럼 들린다.
나는 자존감 문제가 개개인에 기인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예전에는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만을 담은 책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자존감이라는 단어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서적들이 점점 나오고 있다. 비교와 평가가 빗발치는 사회에서 자존감은 의지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A가 이유 없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는 사회의 잣대로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나와 같은 고민으로 괴로워하는 친구가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자존감이 낮은 이유는 너 때문이 아니니, 조급해하지 말라고. 소고기에 등급 매기듯이 사람에도 등급을 매기는 사회의 모든 기준은 진리가 아니니, 1+ 등급 인간으로 불리고자 하지 말길. 우리는 이름 석 자로 불리는 삶을 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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