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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지글러가 전하는 기아와 가난 이야기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나의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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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04  13: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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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은 자본주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세계 역사의 거의 99%에 해당되는 기간 동안 인류의 99%는 가난해서 배를 곯았으며 불결했고 두려움에 떨었다. 야만스럽고 추한데다 질병에 시달리던 인류를 구한, 역사적으로 볼 때 지구상에서 가장 정의로운 경제 형태인가? 아니면 역사상 처음으로 물자의 풍족함을 누리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날마다 수만 명의 어린이가 영양실조와 굶주림으로 인한 각종 질병에 시달리며, 정복 가능한 전염병들이 자본의 논리로 통제되지 못하는 바람에 대량으로 목숨을 잃는 현실에 더해 환경 파괴와 토양과 해양 오염, 숲의 파괴 등이 가속화되는 가장 불평등한 경제 형태인가? 스위스의 국회의원과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을 맡으며 사회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빈곤과 불평등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실천해온 사회학자인 장 지글러는 2007년 3월과 2019년 1월에 출간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와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라는 일련의 연작물을 통해 풍족함 속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기아와 가난을 통해 자본의 탐욕을 고발한다. 아, 그렇다고 이 책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레짐작하지는 않아도 된다. 자본주의, 가난, 탐욕 등의 단어가 전하는 묵직함 때문에 고개를 저으며 ‘이 책은 내가 읽을 만한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은 저자가 전하는 자상함으로 녹여진다. 저자가 생각을 풀어내는 방식은 아들과 손녀와 나누는 대화 형식으로 200여 쪽 밖에 안되는 작은 양으로 독자에게 다음 세대를 위해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열망을 전달한다. 그러나 어린이에게 전하는 대화 형식이라고, 200여쪽 밖에 안된다고 가벼이 볼 책은 결코 아니다. 곳곳에 숨어있는 그의 경험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거운 울림을 전해준다. 그래서일까? 우석훈의 말을 빌리면,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저자인 지글러가 ‘어린이 무덤에 바치는 참회록’이다. 저자는 『굶주리는 세계, 어떻게 구할 것인가?』, 『유엔을 말하다』, 『인간의 길을 가다』 등의 저서를 통해 우리가 간과해온 국가와 조직에서 벌어지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낱낱이 고발한다. 현재 세계의 농업 생산량은 ‘정상적이라면' 120억 명을 먹여 살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 10억 명이 심각하고도 만성적인 영양실조로 신음하고 있고, 4분마다 어린이 1명이 비타민 A 결핍으로 시력을 잃으며, 10세 미만의 어린이가 5초마다 1명씩 기아로 사망한다. 대체 이러한 일은 왜 일어나게 되는 것일까? “부자들의 천국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이뤄졌다"라고 말한 시인 빅토르 위고가 눈을 감은지 135년이 지난 지금, 그의 처절한 비판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어떤 울림으로 다가오는지? 그리고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 깊숙하게 침투할 미증유의 시대를 맞이할 우리에게 이러한 공포는 전혀 나의 이야기가 아닌 것인지?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시카고의 곡물 거래소는 문을 닫음과 동시에 새로운 식량 공급로가 확보돼야 하고, 궁극적으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상적인가? 그러나 인류는 결국 이상 속에서 지금과 같은 번영(비록 일부에게만 적용되지만)을 이룬 것 아닌가? 저자는 세계화된 금융 자본을 장악한 소수 지배자들이 행사하는 권력에 맞서 모든 인간은 맞서서 봉기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빈곤 국가에서 자행되는 금융 자본 포식자와 기아를 악용하는 국제기업들의 횡포를 막으려면, 전 세계 모든 사람의 힘을 합해 조직적인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운이 좋아 이 땅에 태어나 기아와 전염병의 위험에서 벗어난 우리들도, 세계에서 제일 부자인 85명의 억만장자가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35억 명이 소유한 부를 모두 합친 것만큼 많은 부를 소유하는 상황이 가속화되는 전 세계적 불평등의 문제에 직면할 것임을 암묵적으로 전한다. 결국 해결 방안은 우리에게 있다. 진정한 인간성의 회복만이 유일한 길이다. 희망은 정의에 대한 인간 불굴의 의지 속에 존재한다는 점을 믿는다면, 지글러가 전하는 기아와 가난, 그리고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파블로 네루다의 표현처럼 말이다. “그들은 모든 꽃들을 꺾어버릴 수는 있지만 결코 봄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 © 광운미디어위원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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