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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과 함께하는 고궁산책 '창경궁 달빛기행'대신 체험해 드립니다
박세혁 기자  |  c0mputer@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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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8  23: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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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생활을 즐기고 싶은데 각종 과제에, 시험에, 아르바이트에 여가생활을 즐길 시간이 없는 우리 학교 학생들을 위해 대신 체험해 드립니다! '대신 체험해드립니다' 코너는 다양한 분야의 체험들을 광운대 신문 기자들이 대신 경험해드리는 코너 입니다. 이번 '대신 체험해드립니다'의 방문 장소는 '창경궁' 입니다.
 
못물 위로 달을 안은 물그림자가 일렁인다. 못을 둘러싼 *청사초롱 불빛도 둘레길을 따라 길게 이어졌다. 가족·연인·친구끼리 고요한 소나무 길을 청사초롱에 의지해 걷는다. 올해부터 야간 상시 개장하는 창경궁의 밤 풍경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실시하는 ‘창경궁 야간 상시관람’을 맞아 들뜬 마음으로 창경궁에 찾았다. 그간 달빛 내리는 창경궁 뜰을 담장 너머로만 바라봤는데 야간 상시 개장은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쌀쌀한 밤 날씨에 코트를 갖춰 입고 지난 9일 토요일 오후 7시경 지하철 4호선에 위치한 혜화역으로 향했다. 혜화역 4번 출구로 나와 10분정도 걸으니 형형색색의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복을 입은 사람들을 따라가니 창경궁 매표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족·연인·친구, 혼자 온 사람들부터 단체까지 다양한 입장객들이 보인다. 입구에 들어서니 야간 입장객에게 무료로 대여해주는 청사초롱이 있다. 청사초롱을 들고 달빛 아래 창경궁을 거니는 정취를 맛보며 궁궐 안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현존하는 **정전 중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명전전이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단층에 규모도 작아 사진에 정전의 모습을 다 담을 수 있었다. 옆에 있는 아이가 “엄마, 저기 소파가 있어요”라고 말한다. 용상을 보고 그러나 보다. 명정전 내부에는 왕이 앉았던 옥좌가 있고, 그 뒤에 ‘일월오봉병’이라는 병풍이 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도심 속 창경궁은 오롯이 옛 모습을 지키고 있었다.
고요한 소나무 길을 걷다보면 한지로 된 격자창에서 노르스름한 불빛이 배어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궁궐 뜰을 그 불빛이 포근히 밝히고 있다. 불빛만으로 이 밤의 추위를 잊게 한다. 그러나 아무도 이곳에 기거하지 않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댓돌 위에 신발 한 켤레 없는 이 허전함은 무엇일까. 격자창에서 배어나오는 불빛이 나직한 말소리와 함께 섞여 나오는듯한 기분 때문인 것 같다.
궁궐 ***후원을 걷다보니 춘당지라 부르는 못이 나왔다. 여기저기서 아름답다는 감탄사가 나온다. 못물 위에 비친 소나무가 못에서 거꾸로 자라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 모습이 선명하다. 그 경치에 매료돼 나도 모르게 “아, 저 못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다”며 혼잣말을 했다. 누구나 이렇게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한참 동안 못 위에 비친 소나무를 바라본다. 보면 볼수록 그 아름다움에 빠져든다. 달빛 내리는 밤, 아름다운 모습을 한 춘당지를 사진에 담고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창경궁 후원 안쪽으로 더 가보니 가느다란 철골에 유리를 두른 서양식 건축물이 보였다. 대온실이다. 새하얀 외관이 궁궐과는 이질적이면서도 잘 어우러지기도 하다. 대온실에 들어가니 푸른 잎의 다양한 식물이 반겼다. 온실에 풀 냄새가 가득하다. ‘32년 만에 돌아온 창경궁 소철’이라는 문구가 적힌 나무가 서있다. 1983년 창경궁 복원 공사를 위해 충남 금산으로 분양했던 소철이 2015년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천연기념물 ****후계목에도 눈길이 간다. 경남 통영시 팔손이나무(천연기념물 제63호), 전북 부안군 호랑가시나무(천연기념물 제122호), 이웃한 창덕궁 향나무(천연기념물 제194호)도 있다. 대온실에는 독도 갯제비쑥, 백두산 좀철쭉 등 우리나라 고유 식물도 볼 수 있다. 봄의 전령이라고 할 수 있는 동백꽃이 보인다. 대온실의 계절은 바깥보다 한 달 정도 빠른가 보다. 아니나 다를까 추위에 약해 남부 지방에서만 자란다는 백량금에도 열매가 열렸다. 푸르른 대온실을 마지막으로 창경궁 달빛기행을 마쳤다.
창경궁은 학업과 일상에 지쳐 찾는 이들에게 청사초롱을 들게 해준다. 이 불빛에 의지하며 걷는 행복한 시간 또한 선물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궁궐의 밤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혼자 고요한 궁궐 뜰을 걷거나 마음 맞는 사람과 창경궁의 밤을 걸어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겠다. 잠시나마 조선의 어느 날로 돌아가 한복을 입고 거니는 기분이다. 바라건대 이번 겨울에 첫눈이 내린다면 만사 제쳐 놓고 이 밤을 다시 만나러 올 것이다. 궁궐 뜰에 눈과 함께 소복소복 내리고 싶다.
 
*청사초롱: 푸른 구름무늬 비단을 몸체로 삼고 위아래에 붉은 천으로 동을 달아 만든 등롱
**정전: 왕이 나와서 조회(朝會)를 하던 궁전
***후원: 궁궐 안에 있는 동산
****후계목: 모수(母樹)에서 직접 재취해 키워 낸 나무
 
2019년 창경궁 야간 상시관람 
(2019년 1월 1일부 시행)
ㅇ 관람시간: 오후 9시까지(오후 8시 입장마감) 상시관람(월요일 휴궁일 제외)
ㅇ 관람료: 1,000원 (만65세 이상, 내국인 만24세 이하, 한복착용자 등 무료)
ㅇ 예매: 사전예매 없이 관람 가능
ㅇ 입장인원: 제한 없음
ㅇ 입장객 대상으로 선착순 200명에게는 청사초롱 무료 대여 (오후 5시 30분부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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