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광운
최종편집 : 2019.4.15 월 17:32
광운대학교
광운대신문여론/칼럼
社 說시험 시 ‘정직 서약’ 제도 폐지하자
.  |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4.02  02:02:55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우리 학교 시험 답안지 상단에는 특이한 문구가 새겨져 있다. '나는 내 명예를 걸고 부끄럼 없이 정직하게 시험에 임할 것을 서약합니다.' 학생들은 2014년 5월 중간고사부터 이 글을 읽고 서명날인 한 후에 답안 작성을 시작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자율이지만, 누가 서명하지 않았는지가 공개되기 때문에 내키지 않더라도 서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의 자유를 구속하는 강제행위는 성원들이 공익적 가치에 동의할 때만 정당화될 수 있는데 ‘정직 서약’의 공익적 가치는 분명하지 않다.
강제행위는 자유를 구속한다. 그래서 불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 도덕, 윤리, 규칙 등의 이름으로 강제행위가 존재하는 것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익은 사회적 차원에서 실현된다. 강제행위는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가는 공동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일 때만 정당화된다. 이러한 이익은 궁극적으로 개인에게 돌아간다. 역으로 생각하면,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갈 이익이 없다면 강제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정직 서약이라는 강제행위로 인해 자유를 구속받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이익이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정직 서약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 즉 공정한 평가를 보장하지 않는다. 정직 서약이 시행된 2014년 이후에도 시험 부정행위는 지속됐다. 정직하게 시험을 치루겠다고 서약하고 부정직하게 시험을 쳐온 것이다. 서약 참여율 100%와 정직한 시험 응시자 100%는 같은 말이 아님이 증명된 것이다. 만약 정직 서약의 목적이 공정한 평가라면 전혀 효과적이지 않다.
반면에 학생들이 감내해야 하는 불이익은 명확하다. 첫째, 일분일초라도 먼저 시험 문제를 풀고자 하는 마음을 지닌 학생들은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허드렛일에 뺏긴다는 생각에 불편하다. 둘째, 마치 자신이 시험 부정을 할 용의자이기에 사전에 방지 조치를 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불쾌하다. 셋째, 정직하게 시험을 보는 것은 모든 학생에게 적용되는 원칙인데 우리 학교에서만 이러한 절차를 거친다는 것은 다른 학교에 비해 문제가 심각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고 자신이 그런 학교에 다닌다는 생각에 부끄럽다.
누군가를 만나 대화를 나누기 전에, 서로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지는 않는다. 법정에서 증인으로 나설 때나 그런 절차가 강요된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서약을 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해도 되는 것으로 이해하지 않는다. 정직은 서약과 같은 공식적인 절차가 없어도 우리 사회의 성원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생활 규범이기 때문이다. 대학생이 시험에서 부정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이런 서약을 하지 않았다고 부정행위가 늘어나거나 이런 서약을 했다고 부정행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시험 칠 때 양심에 비춰 정직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회규범이다. 그러기에 정직하게 시험 쳤다고 자랑하지도 않는다. 마땅히 할 바를 했기 때문이다. 정직하지 않았을 때는 부끄러울 뿐, 정직하다고 남보다 낫다고는 할 수 없다. 하물며 행동도 아니고 다짐을 한 것만으로 자랑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교실은 법정이 아니고 시험은 증언이 아니다.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잠재적 죄인 취급을 받게 하고, 문제를 지닌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오해를 사게 하는 ‘정직 서약’ 제도는 구성원에게 정당성을 얻지 못했다.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
누구도 학생들에게 ‘정직’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마저도 선택이다. 선택이 잘못되었다면 그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지 선택을 못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마음이 정직하지 않은 자에게 정직이라는 가면을 씌우거나, 마음이 정직한 자의 이마에 ‘정직’이라는 주홍글씨는 새겨서는 안 된다.

< 저작권자 © 광운미디어위원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About 미디어광운구성원소개광고안내구독신청제휴안내청소년보호정책개인정보처리방침
서울 노원구 광운로 20(월계동 447-1) 광운대학교(139-701) | 청소년보호책임자 : 미디어광운
Copyright © 2011 KWANGWON UNIVERSIT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