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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숨 쉬는 책의 도시‘파주 출판단지’ 산업과 문화의 만남대신 체험해 드립니다
정진수 기자, 신다슬 수습기자  |  ppnggg1995@kw.ac.kr, daseul6458@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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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02  02: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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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생활을 즐기고 싶은데 각종 과제에, 시험에, 아르바이트에 여가생활을 즐길 시간이 없는 우리 학교 학생들을 위해 대신 체험해 드립니다! '대신 체험해드립니다' 코너는 다양한 분야의 체험들을 광운대 신문 기자들이 대신 경험해드리는 코너 입니다. 이번 '대신 체험해드립니다'의 방문 장소는 '파주 출판단지' 입니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조화를 이루는 곳. 파주. 두 강이 교차하는 강변에선, 산업과 문화 두 줄기가 만났다. ‘파주 출판도시’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나서는 교외로의 외출이다. 멀게만 느껴졌던 교외 파주는 그리 멀지 않았다. 합정역 8번 출구로 나와 2200번 광역버스를 탔다. 30분쯤 지났을까, 버스는 파주 출판단지라는 이름을 말한다. 버스에서 내리자 안중근 의사의 어릴 적 이름을 딴 ‘응칠교’가 보인다.
교각 아래로 빛바랜 갈대와 함께 황금빛 샛강이 흐른다. 응칠교 양옆은 3층, 4층 남짓한 건축물이 줄짓는다. 그 어디에도 고층건물은 없다. 낮지만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건축물 사이, 단연 눈에 띄는 붉은 구조물이 있다. 홀린 듯 웅장한 벽에 다가섰다. 다가갈수록 붉은빛은 진해진다. 붉은빛의 정체는 녹이 슬어버린 철판이다. *‘코르틴 강’이 사용된 건축물의 외피다.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지는 붉은색 건축물에 도색 따윈 필요 없다. 건물의 외피 하나까지 환경친화적 소재를 사용하는 섬세함이 돋보인다.
붉은색 벽에서 눈을 떼자 자연스럽게 ‘지혜의 숲’이 보인다. 통유리로 이뤄진 유리 벽 속으로 파주 출판도시의 시그니처인 커다란 서재가 보인다. 발길도 그곳으로 향한다. 커다란 철문을 열고 들어가자 해리포터에나 나올법한 거대한 책장에 압도된다. ‘지혜의 숲’이라는 이름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거대한 도서관이지만 도서검색용 PC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심지어 도난 방지 시스템도 구축돼 있지 않다. 완전한 아날로그다. 파주 출판도시의 모토인 ‘인간성의 회복’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게 된다.
끝없는 서가의 책들은 여러 단체와 학자들이 기부한 책이다. 한글보다 한자가 더 많은 고서부터 ‘88올림픽’을 담은 오래된 사진집까지 시대와 장르를 불문하고 수많은 종류의 책이 진열돼 있다. 학자들의 책에는 그들의 때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연구하며 남긴 메모와 고심한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다.
거대한 책의 숲길을 지나 2층으로 향했다. 2층 끝자락 헌책방 ‘보물섬’이 보인다. 헌책방의 맛을 살린듯 살짝 어지럽혀진 입구와 구석구석 끈으로 꽁꽁 싸매진 책들이 쌓여 있다. 모퉁이를 돌자 어릴 적 보았던 과학시리즈 책을 비롯해 수험서, 원서까지 다양한 책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계산대 앞에는 음악앨범이 진열돼 있다. 워너원과 브리트니 스피어스, 아이돌부터 팝송까지 앨범의 종류도 매우 다양했다. 포토카드 같은 굿즈는 없지만 싼 가격에 앨범을 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학생들의 발길을 끈다. 
헌책방을 나오니 유명아이돌 세븐틴을 비롯한 많은 가수들의 수많은 뮤직비디오 촬영지가 된 테라스를 지나게 된다. 다시 안으로 들어와 3층으로 향했다. 3층에는 출판업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출판 산업 체험 센터’가 있다. 현재는 단체 손님만 예약을 받고 있지만 4월 중순부터 일반인도 체험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개방한다고 한다. 큐레이터 선생님과 함께 체험시설로 들어갔다. 초입에 파피루스와 양피지, 마야문명의 석판, 갑골문자,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와 팔만대장경, 타자기가 진열돼 있다. 인쇄술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구성해 놨다. 여느박물관과 다르게, 진열된 양피지와 석판 등을 만져볼 수 있게 해뒀다. 조금 더 들어가자 한쪽 벽면에 자신이 생각하는 책의 의미를 쓰는 카드가 준비돼 있다. 작성 후 카드를 벽에 걸어 전시할 수 있다.
다음 부스에서는 타이포그래피를 체험할 수 있다. 붓 펜이 준비돼 있어, 자신이 감명 깊게 읽었던 구절이나 부스에 준비된 구절을 쓸 수 있다. 그 옆에는 책 표지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키오스크의 안내를 통해 책의 제목과 저자 이름을 기입하고 표지를 꾸밀 수 있다. 이 외에도 영상매체도 준비돼 있고, 자신이 직접 잡지의 모델이 돼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다시 1층으로 향했다. 거대한 철문으로 향하자 사방의 유리를 통해 노을빛이 쏟아진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철문을 열자 건너편의 특이한 건축물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의 외관이 커다란 서재처럼 보이는 효형 출판사의 건물이다. 최근에 내렸던 비 때문인지 건물 외벽에 남은 물때는 낡은 책의 얼룩을 연상시킨다. 시간이 지나며 건물이 낡아가는 것을 통해 책의 낡음을 표현하려 한 것일까. 우리나라 한옥은 대문을 지나면 마당이 나타나고 마당을 가로질러 사랑채가 손님을 맞이한다. 단지 내 출판사들도 사옥의 1층을 비웠다. 비워둔 1층엔 북카페를 개설해 독자와의 만남과 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카페를 나와 갈대샛강을 따라 걸었다. 노을과 황금빛 갈대는 언제봐도 아름답다. 커다란 나무집처럼 생긴 교보문고가 보인다. 그 뒤로 건축가들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의 수상자인 ‘알바로 시자’가 설계했다는 ‘열린책들’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도 보인다. 아름다운 건물 사이 샛강을 끼고 걷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씻긴다.
교외로 나서니 좋다. 아파트와 울긋불긋한 상가는 보이지 않는다. 어지러운 도시에서 한 번쯤은 벗어나도 좋다. 편해진 마음에 평소엔 들지 않던 독서욕이 샘솟는다. 출판 업계가 쇠퇴하는 가운데 출판단지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책을 읽고 싶게 만든다. 멍한 사색 속, 걷다 보니 버스정류장이 보인다. 도로 끝에선 이층버스가 다가온다. 오늘밤엔 유튜브 말고 책이 보고 싶어 진다.

*코르틴 강: 구리와 크롬을 적당량 함유시켜 대기중의 내식성을 현저하게 개선한 강.
**키오스크: 공공장소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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