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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유효한 서구 지성사의 거인, 플라톤나의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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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29  10: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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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승연 교수 (인제니움 학부대학) 소크라테스의 제자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으로 고대 철학의 황금기를 이루었던 플라톤의 사상적 깊이와 방대함을 보면 “서구 2천 년의 철학은 플라톤의 주석, 플라토니즘의 역사주의에 불과하다”는 현대철학자 화이트헤드의 주장이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기원전 5세기, 존재론과 인식론, 윤리학과 정치철학을 아우르며 플라톤이 건립한 서양철학의 토대는 중세와 근대를 거치며 서구의 굳건한 지적 체계가 됐고, 동시에 플라톤이 이룩한 사상적 무게와 대적해온 후대 철학자들의 비판 작업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구철학의 거인’, ‘현대철학의 주적’이라는 가치의 양극을 넘나들고, 시대와 문화권을 관통하는 플라톤의 학문의 진정성은 무엇일까. 서양철학을 전공하는 변방의 학자로서 2019년의 나는 다시 플라톤을 생각해본다. 92학번으로 철학과에 입학해서 남경희 교수님께 플라톤을 배웠고, 솔직히 별 감흥이 없었다. 하여튼 ‘철학이 인생으로 들어오는 것’ 같은 극적인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회의감을 느끼며, 무료하고 한적했던 1학년 시절이 그렇게 고요히 흘러갔다. 그리고 어느덧 고학년이 됐고 적성과는 무관하게 전공학점을 무척 잘 받았다. 그러다보니 숫자의 환상에 사로잡혀 어쩌면 적성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던 찰나, ‘아, 1학년 때 플라톤 수업을 재수강해야 하나…’그렇게 나는 다시 남경희 교수님의 플라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과거의 무지했던 나는 플라톤의 목소리를 들을 귀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을. ‘세계가 무엇인가’를 묻던 자연 철학자들의 질문으로부터 ‘인간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물었던 시대적 혁명성이 플라톤 철학에 있었다. 진리란 신들의 오라클에 의한 계시나 현자들의 묵언으로 계승되는 것이 아님을, 진리는 지적인 독재자들에 의해 소유되는 것이 아니라 사유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수행할 수 있는 보편적 능력의 소산이라는 것을 설파하던 플라톤의 사상 속에서 그의 주제적 혁명성을 엿볼 수 있었다. 플라톤이라는 사유의 왕이 설파했던 철학의 시대적, 주제적 혁명성은 남경희 교수님의 자그마한 목소리를 타고서 96년 가을 어느 날, 강의실에서 조용히 그렇게 전해졌다. 철학이 삶으로 들어오는 멋진 사건이었다. 그리고 2019년 봄, 대학원 강의의 교재를 고르다가 서재 한구석에 있던 두꺼운 플라톤 책을 손에 들었다. 플라톤 연구자로부터 시작해 플라톤주의자가 되신 교수님께서 평생을 강의하신 플라톤의 내용이 이 책 안에 모두 들어있다. 남경희 교수님의 플라톤은 얼마나 무수한 몇 겹으로 돼 있을까. 얼마나 많은 학생들의 목소리가 교수님의 플라톤에게 전해졌으며 그 플라톤은 내가 예전에 만났던 그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플라톤은 서양철학이 시작되는 태동기인 언덕 수준의 높이에서 시작해 거의 홀로 높고 거대한 대한 철학의 봉우리를 쌓아 올려 줄기차고 장대한 서양철학사의 산맥을 흘러가게 했다”라고 표현하셨다. 마치 플라톤이 만든 서양철학의 골조에 다시 살과 피가 돌게 됐다는 유기적 성장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플라톤이라는 거대하고 장대한 산맥이 궁금한 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수십 년 동안 플라톤을 강의하셨던 학자가 학생들과 쌓아 올린 교육적 대화의 산물이기에 문체가 친절하고, 플라톤을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도 그로 향하는 첫 계단이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글은 천천히 우리의 손을 잡고 어느덧 거대한 산맥을 보도록 도와준다.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스승, 소크라테스의 처형을 견디지 못하고 홀로 이방인이 됐던 플라톤의 슬픔이 책을 통해 오롯이 전해기도 한다. 나와 함께 수업을 만들어갔던 광운의 얼굴들이 책에서 살아 숨 쉬는 그런 책을 언젠가 쓰고 싶다는 욕심을 생기게 하는 책, 『플라톤』이다.< 저작권자 © 광운미디어위원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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