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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가라! 하와이~!!”나의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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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13  22: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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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동 법학부 교수


『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영화 『친구』속 동수(장동건)의 명대사다. 어쩐지 영화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냥 『남포동의 두 깡패』라고 하면 좀 더 적합한 제목일 텐데... 아마 흥행이 안 됐겠지?
아랑 드롱이 출연하는 프랑스 르느와르 영화를 쫓아다녔던 시절이 있었다. 말라가는 침을 꿀꺽 삼키며 오징어 냄새가 풍기는 눅눅한 의자에 앉아서 무엇을 보고자 했을까? 불우한 환경에서 비록 씻지 못할 범죄를 저질렀지만 마지막에 통쾌하게 반전을 이루는 그의 냉혹한 미소를 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잔인한 조폭 세계에서도 작가들이 그려보는 아름다운 의리나 우정이라는 게 있을까?
키케로의 ‘우정에 관하여(Laelius De Amicitia)’는 간단히 말하자면 ‘친구 다운 친구’, ‘진정한 친구’ 찾기 프로젝트다. 희랍이나 라틴 고전 번역서를 읽다 보면 답답하고 지루해서 읽다가 포기할 수 있다. 정확하지 않은 번역 때문에 이해가 깔끔하지 않은 게 주된 원인 중의 하나다. 원전을 직접 읽는 게 좋은데 우리 학생들에게는 아무래도 무리한 권유일 성싶다. 취향이 얼추 맞는 친구들이나 동아리에서 토론을 해 볼 것을 권한다. 제목은 부담 없이 “친구 사이인데 뭘 그런 것 가지고 그래?” 또는 “친구니까 도와줘”라고 정하면 어떨까?
책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원적으로 라틴어 ‘아미치지아’(amicitia: 우정)는 ‘아모르’(amor: 사랑)에서 유래된 말이다. 즉 우정의 본질은 서로 좋아하는 감정, 사랑의 감정이다(책 8쪽, 26쪽: 남과 여의 사랑과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몽테뉴수상록’ 1권 28쪽 참조). 서로 잘 이해하고 공감하며, 성심성의껏 대하고 살뜰한 호의를 베풀며,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충고를 하면서도 서로 애틋해하는 심정이다.
남녀의 사랑에서도 그렇듯이 우정은 ‘미덕’(virtu)의 토양에서만 싹트고 아름답게 가꾸어진다(책 14쪽). 우정이 미덕이라는 문턱을 벗어나면 표류하고 파탄된다는 점을 강조한다(책 17쪽, 18쪽, 27쪽).
진정한 친구들 사이에서는 말과 행동을 매우 조심스럽게 하고 함부로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 사소한 일이라도 “친구 사이인데 뭘 그런 걸 가지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친구가 필요할 때는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친구니까 도와줘”라고 말하는 뻔뻔한 친구는 안 보고 살았으면 좋겠다.
이익이나 필요에 의해서 또는 심심하니까 함께 즐기려고 만나는 친구들과의 우정은 평범하고 대중적인 우정(vulgari aut de mediocri)이다. 시간이 기억들을 거르고 걷어가더라도 추억이 마치 지문처럼 남아있는 친구, 함께 즐겼던 그 장소에 가면 우리들의 노래가 들려오고 달콤한 향기가 생생하게 마음을 뒤흔드는 친구, 그런 친구다운 친구를 찾아보자.
진정한 친구는 ‘희귀한 새’(Amicus verus est rara avis)와 같다고 한다. 평생을 함께 할 진정한 친구는 취업보다도 더 소중한 보물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무자비하고도 잔혹한 태풍이 불지 모른다. 연약한 마음이 송두리째 뒤집어져도 늘 옆을 지켜주는 친구, 단 한 명이라도 족하니 진정하고 완벽한 우정을 찾기를 바란다. 보물섬을 찾아가려면 정확한 지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감미롭게 유혹하는 사이렌(siren)에 홀려 바다 한가운데에서 표류할지 모른다.
평범한 친구, 아첨꾼들 사이에서 진정한 친구를 골라낼 수 있는 9가지 규칙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플루타르코스의 ‘모랄리아’를 읽어보길 권한다. 그 일곱 번째 규칙에는 “이익을 위해서 온갖 비열하고 못된 짓을 서슴없이 저지를 각오가 되어 있는 자”를 조심하라고 쓰여있다. 그러니, “니가 가라! 하와이~!!”라고 말한 동수는 준석(유오성)과 진정한 친구 사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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