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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13  22: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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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주(환공·19)

화장실 거울 속 비친 내 모습은 남루하기 그지없었다.
낡고 고장나 바람에 신음하는 선풍기의 날개 먼지 마냥, 잉크 날아간 리본을 한없이 두드리는 타자기의 닳아버린 자음 하나 마냥 의미 없는 단어들이 내 속을 형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티 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티 낼 수 없었다. 내 선택이었기에.
자신이 행복을 느끼는 행위가 직업이 된다면 행복한 삶이라는 말이 있다. 반대로 행복을 느끼는 행위가 직업이 된다면 더 이상 즐겁기 힘들다는 말이 있다. 둘 중 무엇이 맞는 말일까? 과거의 나는 후자가 맞다고 생각했다. 시를 쓴다는 행복한 일에 대한 환상을 깨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꿈과 현실을 분리하기로 했다. 이윽고 나는 관심도 없는 이과로 진학했고 온갖 합리화를 통해 관심 있는 과학적 분야를 만들어 그것이 나의 진로라 결정했다. 그렇게 나의 선택이 옳은 것이라 확신했다. 아니, 안심시켰다.
그렇게 공과대학에 진학해 사실은 잘 맞지도 않은 수업을 계속 들었다. 어느 날 강의실에서 문득 느꼈다. “나는 무얼 위해 이렇게 앉아있는가?” 교수님의 수업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데, 전공책은 눈에 들어오지 못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렇다. 나는 글쓰기를 취미로 두자고 약속했지만 대학에 온 후 책장에는 오로지 시집만 있을 뿐 그 외 것의 자리는 애초에 없었다.
틈만 나면 글을 쓰고 시를 읽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걸까”, “공과대학에 와서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이미 왔는데 그냥 공부나 해” 등 나를 다잡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나를 다잡는데 실패했고 나는 곧 글을 쓰고 시를 읽는 것이 나를 다잡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때 비로소 내가 나에게 떳떳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지 그때야 알 수 있었다.
지난 2년간은 나에게 떳떳하지 못했다. 온갖 합리화를 통해 옳은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나를 안다. 늘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고등학생 시절 시인에 대한 주변의 시선이 두려웠던 내가 지금의 상황까지 몰고 온 것이었다. 더 이상 부끄럽고 싶지 않았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진 않지만, 더 이상의 부끄러움은 나에게 예의가 아니었다. 이제는 나 자신에게 솔직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결정했다. 지금부터라도 다시 고쳐나가기로, 내 마음이 시키는 것을 하기로 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 도전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크다는 것을 알기에, 늦긴 했지만 다시 돌아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껏 시를 쓰며 넘칠 듯한 나의 댐을 방수하기로 했다.
자신이 진학한 학과가 진심으로 꿈을 갖고 향한 것이라면 그것보다 더 좋은 건 없을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그렇기를 간절하게 희망한다. 하지만 점수에 맞춰 딱히 꿈이 없이 왔거나 나처럼 현실에 타협해 다른 길을 선택한 학생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늦지 않았다. 아니, 아직 이르다. 우린 아직 등산로 초입에 있고 본격적인 오르막길은 시작되지 않았다. 이미 오르고 있더라도 내가 원하지 않은 길이라면 거칠고 힘든 길이 될 것이다. 오직 열정이라는 연료가 있어야 정상에 깃발을 꽂을 수 있다. 그러니 다시 짐을 싼 후 자신만의 연료를 가지고 산을 올라서 꿈에 그렸던 장관을 온몸으로 느끼자.
산을 오르는 순간 흙이, 풀이, 꽃이, 나무가, 숲이, 산을 이루는 모든 것들이 당신을 정상으로 안내할 것이다. 그리고 올라가서 외쳐보자. 내가 해냈다고, 나는 정말 행복하다고. 우리의 행복은 옳은 길을 걷기 위해 방향을 바꾸는 과감한 용기에서 시작된다.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자. 새롭게 짐을 싸고 지금 당장 오직 나를 위한 여행을 떠나자.
지금, 거울에 비친 나는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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