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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선물기자수첩
정주홍 기자  |  ae20hong@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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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27  11: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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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제주도 여행을 갔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힐링’을 위해 ‘제주’와 ‘여행’이라는 두 단어가 내게 큰 설렘을 줬다. 하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비행기 연착으로 예정보다 한 시간 늦게 이륙했고 제주는 기대와 달리 흐리고 비바람이 부는 날의 연속이었다. 비와 바람은 내 발목을 여러 차례 잡았다. 비 때문에 여행코스를 다시 짜고, 돌아다니는 내내 우산을 들고 다니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운전하는데 안개가 껴서 앞이 안 보이고, 가보고 싶었던 곳은 높은 파도 때문에 운영하지 않았다. 심지어 호우경보와 산사태가 발생했다는 긴급재난문자까지 받았고 실제로 도로 위에 쏟아진 돌을 피해 다녀야 했다. 기대하던 풍경도 못 보고, 내가 원하던 제주여행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제주가 준 뜻밖의 선물은 내게 진짜 힐링이 돼주었다. 목적지로 향하는 길목에서 우연히 마주친 숲길이 예뻐서 잠시 내려 걸었다. 빗소리를 들으며 차분하게 거니는 길은 복잡한 머릿속을 비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길을 잘못 들어도 괜찮았다. 가는 길마다 아름다웠고, 차가 많지 않아 여유롭게 달릴 수 있었다. 폭우 덕에 평소보다 웅장한 폭포를 봤고, 비가 와 예정과 다르게 방문한 휴양림에서 고라니와 달팽이를 만났다. 비가 잦아드는 중에 구름 사이로 해가 떠 무지개가 펼쳐졌다. 제주도의 변화무쌍한 날씨는 내게 가장 크고 선명한 무지개를 선물해줬다. 그리고 마지막 날엔 기대했던 제주의 청량하고 푸른 하늘을 드디어 볼 수 있었다. 제주 여행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떠올렸다. 여러 과제와 팀플, 미뤄둔 일들 그리고 신문사 마지막 작업. 신문사를 생각하면 참 많은 기억들과 감정이 복잡하게 얽힌다. 신입생이 되자마자 신문사에 들어와 2년 반 동안 몸담았다. 그동안 별별 일들이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취재가 힘들어서, 내 글 실력이 답답해서, 예상하지 못한 변수에 당황해서, 신문사 일정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아까워서 많이 힘들었다. 그만둘까 고민할 때마다 신문사는 내게 뜻밖의 선물들을 안겨줬고 그 덕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2년 동안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며 교내외 취재를 나갔고 수십 개의 기사를 썼다. 그 과정에서 사람을 대하는 법, 인터뷰를 하며 대답을 이끌어 내는 법, 기사를 쓰고 고치는 법, 글을 읽고 보완해 나가는 법을 배웠다. 사소하게는 맞춤법을 확인하는 버릇과 글을 가까이하는 습관도 키울 수 있었다. 그리고 편집장으로 신문사를 이끌고, 책임지고, 운영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 공동체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여러 변화를 시도하며 이론으로만 배웠던 리더의 자세와 능력을 몸소 체험했다. 최종 결정자의 위치에서 부담과 책임을 견디는 법, 구성원과 소통하는 법,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신문사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은 예상하지 못한 정말 뜻밖의 선물이었다. 문득 이번 제주여행과 신문사 활동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두근거렸던 시작, 힘들고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가득했던 날들, 이를 헤쳐 나가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 되돌아보니 좋았던 기억이 더 많고, 힘든 상황을 이겨냈을 때의 성취감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제주도도 신문사도 떠날 때가 되니 아쉽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고 싶어진다. 경험하기 전엔 이상적인 모습을 기대했고, 막상 와보니 내가 이겨내야 하는 환경을 마주하고 힘들어했다. 그러다 뜻밖의 선물을 깨닫고 기뻐했다. 신문사 일이 날 울고 웃게 한 제주의 변화무쌍한 날씨라면 신문사에서 내가 얻은 것들은 우연히 마주한 아름다운 길과 무지개였다.< 저작권자 © 광운미디어위원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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