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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도(火山島) 』 , 허무에서 섬의 혁명으로나의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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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27  11:3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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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철 문학 평론가/ 국어국문학과 교수 『화산도(火山島) 』 김석범 재일조선인 작가 김석범(金石範, 1925~)의 대하소설『화산도』전권이 2015년 한국어로 완역 출간된 이후 한국의 독자들은 비로소 김석범 문학의 본격적 실체를 대면하게 됐다. 그동안 일본 문학 연구자들을 통해 간헐적으로『화산도』의 역사적 및 문학적 가치에 대해 귀동냥해오던 터에 그 전모를 접함으로써 재일조선인문학이 성취해내고 있는 문학적 진경에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조국의 모어가 아닌 식민제국의 지배언어에 에워싸인 채 일본 사회에서 재일조선인에게 가해진 온갖 차별을 견뎌낼 뿐만 아니라 분단 조국의 정치 현실로 실현되는 분단이데올로기의 대립과 갈등 속에서 재일조선인의 문학세계를 구축 심화 확장해온 것은 그 자체로 경이적이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다가 한국문학이 분단체제의 모순과 억압으로 레디컬하게 탐구하기 힘든 해방공간, 특히 제주도에서 일어난 4·3사건의 안팎을『화산도』가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는 것은 이 작품이 감당해야 할 정치 역사적 도전을 외면하지 않고 의연히 담대하게 대응하는 문학의 정치적 실천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점이 있다. 김석범의 화산도는 특정한 국민문학(일본 문학, 한국문학, 북한 문학)에 구속되지 않은 이른바 ‘경계의 문학’의 속성을 띠면서 해당 국민문학으로 온전히 추구하기 힘든 문학적 진실을 탐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하소설『화산도』를 읽는 독법은 다양하지만, 『화산도』에서 마주할 수 있는 독특한 인물 이방근은 작품을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이방근은 제주도에 입도한 양반가의 후손이자 친일협력 유지의 아들로서 태생적으로 부르주아 민족주의 계급의 속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유년시절에는 일본 제국의 천황을 모독하는 행위를 한 민족주의적 면모도 지니는가 하면, 일본에서 마르크스주의 사상범으로 체포돼 전향한 이력을 지닌 채 해방공간에서는 중도자적 입장을 보이는 무기력한 지식인이다. 그렇다고 그를 무기력한 한갓 도로(徒勞)에 침잠한 지식인으로서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비록 그는 섬의 혁명, 즉 4 3무장봉기 대열에 처음부터 적극 동참하지는 않지만 혁명을 심정적으로 지지하고 동조하며, 급기야는 혁명자금을 지원하며, 반혁명자를 철저하게 심문하며 응징하는 몫을 맡고, 그의 방식으로 혁명에 참여하면서 마침내 자신의 목숨을 저버리는 극단을 통해 섬의 혁명을 육화한다. 이방근의 이러한 가파른 삶의 도정을 작가의 말을 빌리면, “허무에서 혁명으로”일 터이다. 그리하여 이방근의 삶의 도정은 크게 세 가지 국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나는 해방공간의 혼란스러운 정세를 냉철하게 인식하는 국면으로, 이 국면에서 무엇보다 예의주시해야 할 대목은 38도선 이남의 해방공간의 정치적 지배력을 장악하기 위해 이승만으로 대표되는 우파(친일파와 서북청년단 및 그 배후 미군정의 지원)와 사회주의에 기반을 둔 좌파(남로당 중심의 혁명세력) 사이의 대립과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을 에워싼 것에 대한 이방근의 날카로운 비판적 문제의식이다. 다음으로, 4 3무장봉기에 대해 이방근은 당 조직의 절대적 기율에 따라 대중을 교조적으로 선동하면서 대중의 다양한 사고를 정지하는 그 획일적 운동 방향성에 대해 단호히 비판하되 친일의 잔재를 청산하고 극우 청년단체 서청을 몰아내고 점령군과 같은 억압과 횡포를 자행하는 미국의 신제국주의를 강력히 부정함으로써 이방근만의 방식으로 4·3혁명에 동참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4·3혁명의 현실적 패배에 직면하여 자살을 시도하는데, 그의 죽음은 섬의 혁명에 대한 비관주의적 패배 의식이라거나 섬의 혁명을 애써 종결짓고자 하는 반혁명을 수행하는 게 아니라 허무를 혁명의 차원에서 극복하는 제의적 죽음이 지닌 문학적 진실로 이해하는 게 온당하다. 말하자면, 이방근의 자살은 작가 김석범으로 하여금 미완의 혁명으로 마감한 섬의 혁명의 과제를 어떻게 온축하여 새롭게 생성해낼 것인지에 대한 ‘또 다른’ ‘섬의 혁명’을 모색하도록 한다.< 저작권자 © 광운미디어위원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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