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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 출판인들의 지적인 대화를 엿듣는 재미밤비씨네
최승현 기자  |  shc@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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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27  11: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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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영화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의 전작 『퍼스널 쇼퍼』의 힘은 대단했다. 아사야스는 이 작품을 통해 제69회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고, 국내에서도 많은 찬사를 받았다. 이동진 평론가의 2017년 외국영화 1위는 『퍼스널 쇼퍼』였으며, 정성일 평론가는 ‘씨네21’에서 12페이지나 되는 압도적인 분량의 글을 쓰면서 이 영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사야스의 신작 『논-픽션』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이유다. 『논-픽션』은 출판계 이야기를 그린다. 성공한 편집장 알랭(기욤 까네)은 종이책과 e북 사이에서 갈등한다. 출판계 상황은 어렵다. 소설은 많아지고 있지만 독자는 떠나고 있다. 글은 인터넷에 이미 널려있고 책보다는 블로그, 트위터가 대세인 세상이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함으로써 종이책은 이제 값어치가 없다. 알랭의 고민은 더욱 커진다. 영화의 내용은 사실 별 게 없다. 편집장, 작가, 디지털 마케터 등 출판계 사람들이 모여 수다 떠는 풍경이 영화의 전부다. 영화는 인물들이 나누는 지적인 대화에 초점을 맞춘다. 이 과정에서 편집장과 작가의 관계, 편집장과 마케터의 관계 등 출판사의 사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급변하고 있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지속과 변화 중 무엇을 택할 것인지, 미래를 모색하고자 하는 출판인들의 논쟁은 우리 시대의 피할 수 없는 질문이기도 하다. 출판인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것이다. 글을 다루는 사람들이 모여 나누는 대화인 만큼 대사의 밀도와 흡입력은 높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들이 나누고 있는 대화에 함께 참여하고 싶다는 느낌이 든다. 대사량이 많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잠깐 한눈판 사이에 많은 대사들이 쏟아진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한다. 영화 속 대화의 주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변화하는 출판시장 속에서 어떤 미래를 모색할 것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어떻게 그을 것인가’이다. 작가인 레오나르(빈센트 맥케인)는 실제 경험을 소재로 소설을 쓴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사람들 사이에서 ‘팩션(Fact+Fiction)’이라 불린다. 그가 쓴 소설에는 과거에 자신이 만났던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며, 여자와 나눴던 성적 스킨십이 노골적으로 묘사된다. 문제는 이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게 되면서 커진다. 사람들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자를 레오나르가 전에 만났던 유명 토크쇼 진행자로 추측하고, 타인의 삶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소설을 팔아 돈을 벌고 있다는 이유로 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진다. 소설 속 모델이 된 당사자는 “강간당한 심정”이라며 레오나르를 향해 불쾌한 입장을 표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소설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소설이 타인의 삶을 다루긴 하지만 그것은 본질적으로 자신의 삶에 관한 것이고, 작가는 자신의 삶을 말할 권리가 있으며, 소설 속 인물이 실제 인물이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소설에 담긴 사실에 주목하기보다 독자 나름의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의 창작론에 따르면 모든 소설은 자전적인 것이고, 모든 삶에는 타인이 개입될 수밖에 없으며, 자신이 쓴 소설은 결국 작가의 주관적인 영역에 해당한다. 이들의 논쟁을 듣다 보면 궁금증이 생기게 된다. 타인에 대한 논픽션을 소재로 픽션을 썼다면 그 작품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그리고 그 작품의 수익을 작가가 온전히 받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영화는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가로지르면서 예술 창작의 윤리란 무엇인지 첨예하게 묻는다. 다만 쏟아지는 대사만으로 영화 속 긴장감을 끝까지 부여잡기는 쉽지 않다. 러닝타임 내내 반복되는 내용의 대화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영화 후반부가 늘어지고, 특별한 전환 없이 이야기가 흘러간다는 점에서 지루한 감이 있다. 영화의 약점은 영화적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구체적인 사건과 생기 있는 이미지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대화로만 이끌고 가는 영화의 논의들은 주제를 깊게 파고들지 않아 피상적인 영역에 머무른다. 『퍼스널 쇼퍼』에서 보여줬던 야심에 비하면 『논-픽션』은 다소 아쉬운 작품이다. 지난 16일 개봉. 15세 관람가.< 저작권자 © 광운미디어위원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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