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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사람을 닮다공간, 사람을 담다
최승호 기자  |  csh1198@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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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29  00: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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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이번 학기 우리가 무심결에 지나치던 여러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려한다. 우리는 공간 속에 산다. 집, 학교, 학원, 가게 등등 항상 공간 속에 둘러 싸여 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질문을 해보겠다. ‘공간이란 무엇인가?’ 평소 공간 속에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우리라면 이것은 쉬운 질문일 것이다. 공간이란 무엇인가? ‘공간은 허상이다’ 현시대 최고의 과학자 중 한 사람인 로버트 란자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믿어지는가? 우리 앞에 육중하게 서있는 건물들이 사실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한 나의 집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은 아마 헛소리처럼 들릴 것이다. ‘공간은 허상이다’ 라는 개념은 우리 주변의 공간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공간을 독립적인 실체로 정의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간을 생명체가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도구로서 생각하자는 것이다. 그는 ‘공간은 인식 가능한 모든 대상이 진열돼 있는 벽이 없는 거대한 용기와 같다’ 고 말한다.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개념이다. 공간에 뭐가 진열돼 있다는 것인가? 라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이렇게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언제부터 아파트를 아늑한 나만의 안식처로 인식했는가? 시멘트 덩어리에 불과한 괴기한 이 벽체가 언제부터 우리를 품어주는 따뜻한 요새로 인식됐는가? 여기 재미있는 실험이 하나 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실험이다. A 집단은 입원 중 침대에서 창밖으로 자연 풍경을 보게 한다. 반면, B 집단은 창밖으로 돌담을 보게 한다. 두 집단 중 어떤 집단이 더 빠른 회복 속도를 보였을까? 아니, 고작 풍경 하나로 회복에 차이가 생길 수 있기는 한가? 실험 결과는 놀랍다. 실제 평균적으로 자연 풍경을 본 A 집단이 돌담을 본 B 집단 보다 24시간가량 먼저 퇴원을 했으며, 치료 중 진통제 복용량도 낮았다. 이는 1984년 로저 울리히에 의해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연구로 물리적 공간이 사람의 치유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근거를 다루고 있다. 갑자기 아파트 얘기하다 이 실험은 왜 얘기하는 거지? 의아한가? 앞서 공간은 ‘인식 가능한 대상’ 이 진열된 용기와 같다고 했다. 생각해보자. 우리는 아침에 습관적으로 방에서 일어나 화장실에서 씻고 부엌에서 밥을 먹고 현관을 나선다. 우리는 아무 감흥을 느끼지 못하며 무수히 많은 ‘공간’ 을 지나친다. 이번에는 해외여행을 가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아침에 설레는 마음으로 일어나 비행기에 올라타고 창밖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구름을 감상한다. 공항에 내려서 보이는 풍경, 건물, 사람 등 모든 것이 새로워 보인다.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얼마 전 한 외국인이 인스타그램에 한국의 오래된 아파트 사진을 아름답다며 업로드 한 것을 본 일이 있다. 우리가 항상 습관적으로 지나치던 아파트가 누군가에게는 신기하고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은가? 왜 해외여행만 가면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는가? 이를 ‘습관화된 인식’ 으로 얘기를 해보자. 우리 집의 방, 화장실, 부엌, 현관, 벽체는 습관화돼있다. 병원의 규칙적인 침대 배열, 복도에서 들려오는 여러 잡음 등등 우리는 이미 우리 주변의 공간에 있는 정보들을 모두 인식하고 습관화했다. 이로 인해 무료함, 답답함이 생기는 것이다. 반대로 습관화되지 않은 새로운 정보는 사람에게 활력을 주고 치유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앞의 실험에서 작은 창문 밖 풍경이 그랬고, 해외여행지에서의 모든 것들이 그랬다. 재수를 하며 하루 종일 좁은 교실에 틀어 박혀 있는 동생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바다 가고 싶다’ 인 것을 보며 나는 또다시 이것을 몸소 느낀다. 그렇다면 맨날 해외를 갈 수도 없는 노릇인데 우리는 어떻게 습관화되지 않는 활력적인 정보로 가득한 공간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인가. 아마도 그에 대한 답은 앞선 실험의 작은 창과 동생의 푸념에서 얻을 수 있겠다. 즉, ‘자연’ 이다. ‘또 자연인가?’ 하며 진부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결국 자연이다.’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형태, 색 등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다양한 감각적 정보의 풍요를 지닌다. 이는 결코 습관화될 수 없는 무한한 인식 가능한 정보의 바다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결국 위대한 건축가들에게 건물, 공간은 그것을 품고 있는 자연을 어떻게 읽어내고 구현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스페인의 위대한 건축가 가우디도, 20세기 최고의 건축물 중 하나로 평가받는 루이스 칸의 솔크연구소도, 한국의 선적 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한옥의 지붕선도 결국 출발은 자연이었다. 공간이 인식 가능한 정보가 나열돼 있는 용기라고 했을 때, 각 지역의 공간은 그 지역의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자연속의 정보를 그들만의 시선으로 읽고 구현하고자 하는 열망에서 비로소 그 진가를 드러내는 것이다. 지중해의 황홀한 자연의 풍요를 받으며 자란 가우디가 그랬고, 태평양이 내다보이는 언덕 위 영감의 장소로서의 열망을 지닌 솔크 연구소가 그랬으며, 한국의 아름다운 산의 능선을 닮고자 했던 한옥의 지붕선이 그랬다. 결국 ‘공간은 사람을 담고, 사람을 닮는다.’< 저작권자 © 광운미디어위원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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