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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링’ 시간, 흔적 그리고 이야기공간, 사람을 담다
최승호 기자  |  csh1198@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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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24  00: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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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기간 영화 『스윙키즈』가 추석을 맞아 티비에 방영됐다. 평소 영화를 즐기지 않을뿐더러, 영화를 본 후에 아무 감흥도 느끼지 못한 일이 많아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스윙키즈』는 달랐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긁힌 자국이 선명한 마룻바닥, 오래 신은 탓에 허름해진 탭댄스화, 먼지 쌓인 허름한 체육관. 그것은 쉽사리 잊히지 않는 진한 여운을 남겼다. 낡은 것, 오래된 것에 남아있는 시간, 흔적과 이야기. 이번 주제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이다.

 
먼저 ‘업사이클링’이 무엇인가? 업사이클링은 쉽게 말해 재활용품, 오래된 것을 디자인을 통해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것을 일컫는다. 요즘 소비의 트렌드는 가치 소비라고 말한다.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속에서 사람들은 실용적이거나 편한 것보다는 그 속에 들어 있는 이야기, 가치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오래된 것에는 시간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 흔적은 방금 태어난 날 것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것으로 제품의 이야기, 가치를 중시하는 요즘 그 빛을 발한다. 오래된 것에는 세월의 흔적, 과거의 이야기가 새겨져 있고, 그것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매력적인 소재가 된다. 업사이클링은 이렇듯 오래된 것에 필연적으로 남아있게 되는 시간, 흔적 속의 가치를 디자인하는 방식이다.
아마 카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성수동 ‘대림창고’에 한 번쯤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거대한 낡은 벽체, 커피 로스팅 기계, 철재 구조물로 이뤄진 천장 등의 소재들이 모여 흔히 경험해보지 못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물류 창고였던 오래된 공간을 카페로 이용한다는 것에 사람들은 흥미를 느끼고 이곳을 찾는다. 하지만 단순히 ‘낡은 것을 버리지 않고 카페로 이용하는구나, 특이하다’라며 이곳을 지나쳤다면 아쉽게도 이 공간을 제대로 만끽했다고 할 수 없다. 
대림창고는 요즘에는 탁 트인, 젊은 아티스트들의 공간이라고 불리지만 사실 이곳은 1990년대에 물류창고로 이용되던 곳이었다. 한국 산업화의 상징 같은 수많은 공장 부자재들이 쌓여있던 곳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점점 물류 창고의 기능을 잃어갔다. 때마침 특별한 공간을 원하던 젊은 아티스트들이 이곳을 찾고 아지트로 삼으며 카페와 갤러리가 합쳐진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쓸모없어진 이 낡은 창고에서 젊은 아티스트들이 모여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다시 대림창고를 떠올려 보자. 오래전 이곳을 찾아오던 아티스트가 되어 생각해보자. 이곳 입구의 거대한 낡은 문을 들어갈 때 아티스트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힘든 현실을 마치고 늦은 밤 이곳 앞에서 서서히 문을 밀고 들어갈 때 다시금 마음을 다잡으며 희망을 노래했을 것이다. 고작 입구의 벽 하나로 경계 지어진 창고에서 그들은 밤늦게 젊은이들의 감정, 열정을 마음껏 표출했을 것이다. 그렇게 한바탕 힘을 쏟아낸 후 함께 낡은 벽에 기대 이곳저곳 뚫려있는 천장, 그 틈으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미래를 꿈꾸었을 것이다. 
낡은 출입문, 벽체, 천장은 그것에 남아있는 이러한 시간, 흔적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고, 가치가 있는 것이다. 단순히 낡아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있는 오래된 이야기가 사람들을 감동하게 하는 것이다.
훌륭한 업사이클링 디자인은 낡은 벽, 구멍 난 천장 등 사소한, 낡은 소재들로부터 시작된다. 업사이클링은 그것에 남아있는 흔적에서 이야기를 읽어내고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 그 이야기에 공감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영화 『스윙키즈』가 감동적이었던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긁힌 자국이 선명한 마룻바닥을 그저 낡은 것으로 바라봤다면, 허름해진 탭댄스화를 버려야 할 것으로 봤다면, 먼지 쌓인 체육관을 헐어버려야 할 오랜 건축물로 봤다면 이 영화를 보고 아무런 감정 변화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전쟁이라는 절망적인 현실 속 그저 춤이 너무 좋아서, 함께 춤을 추는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이데올리기 따위는 내던져 버리고 울분, 열정을 탭댄스에 쏟아부은 그들의 이야기, 하지만 이뤄질 수 없었던 그들의 아름답지만 슬픈 삶의 흔적이 마룻바닥에 탭댄스화에 체육관에 남아있기에 여운을 주는 것이다. 
업사이클링은 지금 자신의 삶, 흔적 그 자체이다. 오래 쓴 탓에 얼룩 진 샤프, 연필 자국, 지우개 가루로 가득한 강의실 책상, 포스터 테이프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는 게시판 등 우리 삶의 모든 것이 업사이클링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치열했던 우리의 삶의 흔적이 쌓이고 쌓여 훗날에 찬란했던 지금의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작은 스위치가 되는 것이다. 당신은 지금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가? 훗날 지금의 나를 어떻게 추억하길 바라는가? 혹시나 망설이고, 고민하고 있다면 작은 것이라도 지금 바로 당신의 ‘흔적’을 남기시라. 훗날 반드시 빛을 발하는 날이 올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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