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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추억이 가득한 그리운 그 시절 『응답하라 1988』오드리 이야기 ▶오늘의 드라마 리뷰
이민조 기자  |  skyj9989@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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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24  00: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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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주택가 골목의 풍경, 맛있는 음식을 하면 모두 모이는 정다운 이웃들의 모습. 8090시대에 살아본 적은 없지만 드라마를 보면 옛 감성이 느껴진다.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해 웃고, 울며 1988년 추억에 응답했다.

 
항상 감사한 존재
시간은 누구에나 흐른다. 공평할 수 있지만, 미운 순간이 있다. 내가 자란 만큼 우리들의 어머니, 아버지도 점점 더 늙어간다. 덕선이(혜리)네 아빠는 명예퇴직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는 어서 아내와 자식들한테 이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미안한 마음에 망설인다. 스스로 마음이 좋지 않음에도 말이다. 오랜 시간 은행에 몸 바쳐 일했지만 그의 노고에 감사하는 패 하나 받지 못했다. 덕선이는 아빠의 수고를 감사하는 패를 직접 제작했다. 일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아내의 남편으로서, 자식들의 자랑스러운 아빠로서, 자신의 즐거움보다 가족이 우선이었던 그의 세월에 고마워하는 마음을 담았다. 
우리 아빠도 언젠가 일을 그만둬야 하는 순간이 오면 같은 마음일까. 어쩌면 부모님들은 자식이 생기는 순간부터 온전한 자신의 삶을 누리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눈물이 고인다. 어릴 땐 몰랐지만 자라면서 커지는 내 키와 줄어드는 부모님의 키. 세상의 모든 것에서 나를 지켜줄 것 같던 아빠의 뒷모습은 사라지고 피곤에 지친 어깨만 크게 다가온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부모님의 마음의 짐을 덜어드리고 웃게 할 수 있을까? 비가 오는 날 집 앞에 우산을 들고 서 있기, 졸리지만 함께 아침식사 하기, 부끄럽지만 작은 용기로 진심을 담은 사랑한다는 한마디가 부모님께 미소를 가져다 줄 것이다. 
 
쌍문동 이야기
이사를 오면 떡을 돌리던 시절이 있었다. 서로 얼굴도 익히고 앞으로 잘 지내자며 인사를 했다. 쌍문동의 이웃들은 돈독하다. 서로의 사정을 숨기지 않고, 힘든 일이 있으면 도와주고, 기쁜 일이 있으면 함께 축하한다. 지금이나 그때나 다들 나 하나 먹고 살기 힘든데 누구를 도와줄까. 여기 그런 사람, 치타 여사(라미란)가 있다.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가난했지만 로또 당첨으로 동네 제일 부자가 됐다. 그렇기에 힘든 덕선이와 선우(고경표)네 사정을 누구보다 이해했다. 동네 큰 손으로 갈비, 잡채 등 맛있는 음식을 하거나 방문 화장품을 부르면 이웃들을 불러 나누고 같이 즐겼다. 항상 시원한 성격처럼 보이면서도 여린 마음을 가진 그녀는 나눔의 미덕을 가장 잘 안다. 
지금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른다.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쳐도 어색해 인사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죽은 지 한 달 뒤에 집을 방문한 공무원에 의해 발견된 할아버지의 소식이 뉴스로 전해지기도 했다. 이웃들은 동네에서 한 두 번 본 것 같지만 어디에 사는지는 몰랐다고 했다. 뉴스에서도 삭막해져가는 이웃 간의 소통을 자주 보도한다. 이웃 간 사이가 좋던 시절이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 한 사람의 죽음이 너무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마지막 화까지 긴장되는 ‘러브 추리’ 드라마 
한 회가 끝날 때마다 덕선이의 남편은 누구일까 혼란스러웠다. 덕선이를 두고 벌이는 택이(박보검)와 정환이(류준열)의 연정 때문에 세 친구의 관계는 아슬아슬했고, 보는 이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추억의 한 자락을 끄집어내게 한다. 2년이 지난 지금 보면 모든 떡밥이 택이를 가리켰다. 둘 중 고등학교 시절 내 마음을 흔든 정환이는 여전히 내 마음속 주인공이다. 정환이의 표정은 무표정이었지만 시선의 끝엔 덕선이가 있었다. 무심한 척하지만 툭 내뱉는 말이나, 덕선이를 지켜주는 행동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택이도 덕선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환이는 덕선이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우정을 지키기 위해 사랑을 포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친구를 응원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자신이 고백하지도 못하고 스스로가 얼마나 답답했을지 정환이가 멋있으면서도 마음이 쓰인다. 그런 상태로 옆에서 둘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은 힘들었을 것이다. 그 셋을 보면 어렸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가장 나은 선택을 했겠지’하며 후회 없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꾸준히 그래왔듯이 장난감‧만화책‧의상 등 시대를 잘 표현하는 소품들 외에도 즐길 요소가 많다. 특히 각 화에 어울리는 소제목과 OST가 드라마의 흥미를 유발했다. 소제목이 나오는 한 장면만으로 ‘아 오늘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궁금증을 자아냈다. 당시 유행했던 노래를 주인공들이 따라 부르는 것뿐만 아니라 지금 활동하는 가수들이 리메이크해 몰입감을 높였다. 응답하라를 돌려보는 횟수가 쌓일수록 보이는 것들이 많아져 당시엔 몰랐던 장면들이 보이기도 했다. 20~30년이 지나 지금을 회상할 수 있도록 ‘응답하라 2019’의 방영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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