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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로부터 온 엽서인간다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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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05  23: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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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훈 (국문·15) 때는 18년 1월, 강원도 최전방의 겨울은 혹독했다. 부대 도서관에 꽂혀 있던 『인간 실격』을 우연히 집어 들고 읽은 것도 그즈음이다. 책은 충격이었다. 인간 실격은 화자인 요조가 등장하여 자전적인 이야기를 서술하는 소설이다. 요조는 그야말로 『인간 실격』에 가까운 인물이다. 인간이라면 응당 가지는 능력이 결여돼 있으며, 타인을 극도로 두려워한다. 여기에서 능력이란 적절한 때에 화를 내는 것, 타인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 나의 의견을 주장하는 것을 말한다. 능력이랄 것도 없다. 요조는 삶의 목적이 없을뿐더러, 삶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불가해한 타인에게서 가혹하리만치 두려움을 느낀다. 고식지계로 짜낸 방편이 익살을 억지로 연기하여 타인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다. 평생을 그렇게 인간다움에서 한 발짝 비껴서 산다. 나는 책을 읽으며, 오히려 요조를 감싸고 있는 사회를 생각했다. 한 사람을 규정하는 것은 결국 사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적 인물은 늘 세계 앞에 자신을 투영한다. 요조가 인간 실격하게 된 것은 스스로 자초한 일인가, 아니면 세계가 요조를 그렇게 못 박았는가. 혹시 인간다움이라는 어떤 틀이 있어서, 그것에 맞지 않는 인간은 배척당하는 시스템이 우리네 세상이 아닐까. 사회 혹은 넓은 의미의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적격 판정을 받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많다. 사회의 틀로서 엄연히 존재하는 ‘사람답게’라는 기준에 맞추어 ‘평범함’을 거머쥐는 것은 얼마나 지난한 일인가. 대한민국처럼 대규모 경쟁시스템이 존재하고, 학벌 따위의 배경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연봉과 아파트 평수, 자동차 배기량으로 사람을 계급 짓는 나라가 또 있을까. 이런 나라 안에서 많은 사람이 모멸감을 느끼며 좌절해 간다. ‘평범함’조차 어렵다. N포 세대, 헬조선 따위의 자조적인 유행어, 청년 세대가 공유하는 어떤 울분과 답답함이 이를 증명한다. 사회구조가 요조들을 양산한다고 생각한다. 요조는 왜 하고 싶은 그림을 그리지 못했을까. 개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와 고위 관료가 되기를 바라는 집안 때문이 아니었을까. 은연중에, 우리는 인간다움이라는 조건을 체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없이 많은 기준들이, 예컨대 외모, 성격, 학벌, 재산, 인종, 세대 따위가 인간의 급을 나누고 있다. 나의 아래 계급에게는 용렬한 우월감을 느끼고, 나의 윗 계급에게는 모멸적인 열패감을 맛본다. 때로는 내가 요조가 되고, 때로는 누군가를 요조로 바라본다. 결국 자존감을 둘러싼 제로섬게임을 벌이게 된다. 짓밟고 올라서야 내가 더 나은 존재라는 착각을 잠시나마 느낀다. 군대에서 『인간 실격』을 읽고 왜 전율했는지 알 것 같다. 군대는 고립된 사회 전형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민낯들의 낱낱을 보고, 그것들이 모여 만들어낸 작은 사회에서 요조가 말한 인간다움이 갖는 힘을 보았다. 그곳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는 친구들이 많았다.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권력을 갖는 패거리도 있었다. 누군가는 소외되고, 누군가는 소속됐다. 사람 산다는 게 졸렬하고, 질릴 만큼 혐오스럽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내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남은 깎아 내려야 하는 대상일 뿐이었다.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서지는 않았지만, 나는 피해자들을 방관했다. 나는 비겁한 나를 혐오했다. 침묵으로 폭력을 동조했다고 생각한다. 일말의 용기조차 내지 못하고, 전전긍긍했던 그 시절의 나 또한 요조였다. 나는 인간을 두려워하고 혐오한다. 그러나 나는 요조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 그래서 인간다움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답을 내지는 못했다. 다만 늘 생각하는 실존적 문제다. 여러분도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친다.< 저작권자 © 광운미디어위원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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