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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 혜화의 ‘붉은 벽돌’에 물들다공간, 사람을 담다
최승호 기자  |  csh1198@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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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06  00: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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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단풍도 어느새 점점 붉은 색으로 물들고 바람도 차가워져 간다. 왠지 가을만 되면 붉은 벽돌로 지어져 있는 건물들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 아마도, 그 빛깔이 가을의 이미지와 너무나 잘 어울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번 주제는 가을을 위해 생긴 것만 같은 오브제, ‘붉은 벽돌’이다. 눈을 감고 붉은 벽돌을 떠올려 보자. 벽돌 특유의 거친 질감과 함께 강렬한 빛깔에서 생동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붉은 벽돌은 주로 따뜻하고 감성적인 거리, 카페를 구성하거나 스트릿한 느낌을 강조하며 더 강렬한 색상으로 공간을 만드는데 이용된다. 철재, 나무 등의 재료와 달리 적절한 모던함과 자연스러움을 지닌 것이 이 오브제의 특징이다. 붉은 벽돌을 생각하면 언제나 혜화동 대학로가 먼저 떠오른다. 아르코 예술극장, 미술관의 붉은 벽돌과 붉은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푸르고 높은 가을 하늘과 붉은 벽돌은 특히나 잘 어울린다. 낮에 우리에게 생생한 활력을 불어넣던 붉은 벽은 저녁엔 은은한 조명과 어우러지며 운치 있는 공연장이 된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모여 여유를 즐긴다. 혜화동의 붉은 벽돌은 왜 더 아름다울까? 사실 붉은 벽돌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등교할 때만 해도 주변으로 보이는 수많은 주택들의 대부분이 붉은 벽돌로 이뤄져있다. 하지만 그곳의 붉은 벽돌은 왠지 침체돼 있고, 우울하다. 혜화동에 선배들과 답사를 왔을 때 선배들이 해주던 말이 떠오른다. ‘아르코 미술관, 예술관은 붉은 벽돌을 쌓는 섬세한 기법이 두드러지는 곳이다’, ‘붉은 벽돌이 쌓여 생긴 이 공간은 정말 감각적이다’ 등의 이해하기 쉽지 않은 말을 내게 하며 감탄을 하던 모습의 기억이다. 실제로 아르코 예술극장, 미술관, 공간사옥 등의 건물들은 섬세한 붉은 벽돌의 쌓기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아르코미술관의 벽면을 자세히 보면 벽돌 몇 줄이 튀어나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내어쌓기’라는 방식으로 불리는데 외관상 수려함을 위해 공을 들인 기법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방식 때문에 혜화동의 붉은 벽돌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일까? 공간의 분위기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들이 모여 형성된다. 단순히 특정 기술, 형태에 의해 생기지 않는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과 주변의 다양한 맥락들이 조화되면서 비로소 공간이 생기고 하나의 이미지가 생성되는 것이다. 우리는 사소한 감정, 상황의 차이만으로도 같은 것을 완전히 다르게 받아들인다. 또한 공간은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존재하며, 사람을 닮는다. 머리를 만지고 코트를 입고 길을 나설 때면, 왠지 붉은 벽돌로 쌓여진 벽 앞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기대어 있고만 싶다. 비비드한 색상의 반팔티에 캐쥬얼한 청자켓을 입고, 캔버스화를 신었을 때는 붉은 벽돌 벽 앞에 보드를 들고 기대어 앉아 있어야 할 것 같다. 어떤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그곳에서 풀어내고 있는지에 따라 같은 공간도 전혀 다른 곳이 되는 것이다. 혜화동의 붉은 벽돌은 거칠고 열정적이며, 감성적이다. 골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 여기저기 전단지 테이프 자국이 눈에 들어온다. 연극, 공연을 홍보하기 위해 수많은 예술가들이 전단지를 붙이고 뗀 흔적일 것이다. 그러한 열정, 있는 그대로의 거친 모습들이 쌓여 이젠 사람들에게 혜화동만의 예술적인, 감성적인 이미지로 기억되고 이곳을 찾게 한다. 예술가들만의 감성과 여유로움을 즐기고자 방문한 사람들이 이곳을 전혀 다른 색으로 물들인 것이다. 서울대학교가 이전하며 버려질 위기에 처한 곳에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 지금의 혜화동 대학로를 만들어낸 것이다. 공간은 사람을 닮는다. 사람이 어떤 옷차림을 했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는지에 따라 같은 붉은 벽돌은 전혀 다른 오브제가 된다. 예술인들의 감성에 의해 가을의 혜화동를 물들이며 지나가는 이들을 위한 공연장이 되기도, 조금은 침체된 주택가의 외로운 벽이 되기도 한다. 깊어가는 가을, 혜화의 붉은 벽돌에 물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저작권자 © 광운미디어위원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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