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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적 역사에 드러난 영웅과 악당의 경계나의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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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06  00: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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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인제니움학부 교수) 『밴디트』 저자: 에릭 홉스봄, 역자: 이수영 출판: 민음사, 2014 밴디트는 ‘의적’의 사회사다. ‘의적’이라고 하면 홍길동, 임꺽정이 떠오르고, 영국에서는 로빈 후드가 그 주인공이다. 의적은 사회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가진 자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기 때문이다. ‘정의’는 사회적 분배와 관련이 깊다. 20세기 위대한 역사가였던 에릭 홉스봄은 의적의 이야기를 짧고 읽기 쉽게 썼다. 그는 일찍부터 산적(밴디트)에 관한 전설과 민담에 주목하였다. 그는 전세계에 공통적인 이야기 속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추적하였다. 그는 민요나 민담에 담긴 의적 신화의 실체를 추적하고, 이들이 과연 농민들의 삶 속에서 정의로운 분배를 실천했는가를 따지려 하였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긴 ‘의적’의 실체에 접근하려 했던 것이다. 이 책에서 산적은 기존의 경제·사회·정치적 질서에 도전하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하기에, 이들의 역사는 정치 권력의 역사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유럽 국가는 근대국민국가의 성공 이전에 군대와 관료의 보유가 충분치 않아서, 권력이 제한적이었다. 이 약점은 산적에겐 가능성이었다. 하지만 산적은 중심 세력으로 발전하기 어려웠다. 이들은 결국 상위 권력자가 준비한 관대한 처분과 멸망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면은 산적뿐만 아니라, 기존 정치질서에 도전했던 모든 반란이 직면했던 사실이다. 성공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지역 내에서의 회오리가 커지다가 회유나 분열의 과정을 통해 진압되었다. 물론 강제적인 진압의 결과이기도 했지만, 산적이든 반란군이든 규모가 커질수록 내부적 균열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져 갔다. 또한 산적의 실체는 때로 우리가 알던 것과 차이가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고상한 도적 로빈 후드 정도의 이상과 이타심, 사회의식을 갖춘 경우는 역사적으로 거의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의적’의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무법자가 된 계기가 죄를 저질러서가 아닌, 당국의 박해로 그렇게 되었다는 점이다. 아울러 부자에게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고, 방어와 정당한 복수를 위해서만 사람을 죽인다는 등의 이미지도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는 이미지로 있을 때에만 우리에게 고상함과 꿈을 준다. 실제로 빼앗은 재산을 나누어 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행위는 지역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수단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지적하듯이, 산적은 사회 혁명가가 아니다. 즉 자유와 평등의 사회를 건설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홍길동도 결국 군주제를 없애지 않았다. 나아가 의적은 폭력을 행사할 때에도 절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의적의 경우 공포의 대상이 되어 잔혹한 일을 자행하기도 한다. 의적 역시 인간이며, 극악무도한 일을 저지르지만, 지방 민중 사이에서 ‘영웅’으로 기억된다. 산적은 복수와 관련해서 잔혹성을 보여 스스로 약한 자에서 강한 자로 변신을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중세시대 자유농민 출신의 무장 계층이 등장하여, 러시아의 카자크, 헝가리와 그리스 발칸 반도에서 하이두크 등으로 불린 사람들을 추적한다. 이들 중 일부는 강도이면서 게릴라식 저항과 해방의 원초적 운동에 참여하였다. 이후 이런 전통 속에서 19세기에 활약한 돈초 바타치란 인물은 터키의 악당들을 괴롭히고 불가리아 빈민을 도와 돈을 나누어준 진짜 ‘고상한 의적’의 경우이다. 그럼에도 강도와 영웅의 구별은 매우 어렵다. 산적 역시 경제와 무관하지 않다. 이들도 먹어야 하고 무기를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산적은 지주들과 달리 대부분의 현금을 그 지역에서 써버리기 때문에 재분배에 더 효과적이다. 재미있게도 산적은 성공할수록 가난한 이들의 대표자이자 수호자이면서 부자들의 시스템의 일부가 된다. 이렇게 홉스봄은 산적을 다양하게 분석했다. 우리는 이 책을 보면서 사회적 정의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저작권자 © 광운미디어위원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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