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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저에게 익숙한 외로움이에요”신춘문예 평론 당선… 김동진 동문 인터뷰
최승현 기자  |  shc@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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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16  14: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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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일, 김동진(국문·14) 동문의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소식이 들려왔다. 학부생 4학년이었던 그는 졸업을 앞두고 덜컥 등단했다. 문학평론 부문이었다. 희소식이면서도 뜻밖이다. 등단은 우리 학교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소식이고 평론가를 지망하는 학생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학부생이 소설가나 시인으로 등단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평론가는 드물다. 평론을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는, 빛줄기 같은 사건이다.

   
▲ 학부를 졸업하고 우리 학교 대학원에 입학한 김동진 동문은 국어국문학과 과사무실에서 조교로 일하고 있다.

◆평론가의 고단함

본격적으로 문학평론가가 된 김동진 동문은 밀려 들어오는 원고를 처리하느라 바쁘다. 이제 막 등단한 평론가에게 원고 거절은 있을 수 없다. 이번 달에만 문예지 출판사 세 곳에 원고를 보내야 한다. 다음 달, 5월에도 원고 일정이 있으며 민음사의 격월간지 ‘릿터’에서도 원고 청탁이 들어왔다. 동시에 그는 우리 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진학했고 과사무실에서는 조교로 일하고 있다. 하루 종일 책상에만 붙어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그는 “죽을 것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명한 평론가가 아닌 이상 평론만 해서 먹고 살기는 힘들어요. 평생 투잡을 뛰어야 하는 게 평론가예요. 낮에는 일하다가 퇴근해서는 글을 써야 하는 거죠. 그것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조금 막막하기도 해요. 고정적인 수입이 없다는 이유로 은행에서는 대출도 안 되더라고요. 평론가는 사실상 직업이 아닌 거예요.”

평론가가 됐지만 그의 삶이 크게 바뀐 것은 아니다. 그는 낭만보다는 현실에서 미래를 내다봤고 냉소적인 태도로 자신의 삶을 들여다봤다.

“평론가가 되어도 막상 다를 게 없어요. 여전히 저는 술 좋아하고요. 게임 많이 하고 친구들 만나서 놀러 다니고요. 그냥 저를 부르는 이름만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이제 원고를 쓰면서 느끼는 건 후회? 왜 했지. (웃음) 주말에도 원고를 쓰러 학교를 나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제 와서 돌이킬 수도 없고요.”

김동진 동문이 가야 할 길은 아득하다. 등단이라는 제도적 절차를 통과해서 문단에 진입할 수는 있었지만 치열한 문학의 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갱신과 증명이 필요하다. 지금껏 이뤄낸 것보다 앞에 놓여있는 것이 훨씬 많다. 이제 글만 쓰면 된다는 작은 확신을 얻었지만 한편으로는 어떻게 쓰지, 하는 불안감이 밀려 들어온다. 그런 이중적인 감정이 그의 솔직한 등단 소감이다.

“평론가가 되기 전에는 삶이 되게 불투명했어요. 제 앞에 수많은 경우의 수들이 있었어요. 계속 글을 썼을 수도 있고, 포기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직장을 다녔을 수도 있겠죠. 평론가가 됐으니까 이제 할 일은 정해진 것 같아요. 글을 쓰면 되겠다. 다만 이제는 ‘내가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드는 거죠. 어떻게든 버텨보려고요.”

 

◆평론가가 되기까지

유년 시절, 김동진 동문은 매주 책을 대여해주는 교육 서비스를 신청한 어머니 덕분에 책 읽는 습관을 키웠다고 한다. 중학생 때는 만화책이나 판타지 소설을 읽으며 주말을 보냈고, 고등학생 때는 ‘야자’ 시간에 공부하기가 싫어 소설을 읽었다. 그렇게 그는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했고 자연스럽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글쓰기를 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다. 처음 문학에 빠졌던 특별한 순간이 있거나 글을 써야겠다는 일말의 확신을 품은 것도 아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문학을 전공하고 있었고, 눈을 감았다 뜨니 글을 쓰고 있었다”는 것이 그가 문학을 하게 된 이유다. 그가 문학을 좇은 것이 아니라 문학이 그에게 다가온 것이었고 그가 세계를 관통해온 것이 아니라 세계가 그를 떠밀었다. 실존주의적 태도보다는 운명의 순응자로서 문학을 다짐한 그였다.

“무언가를 하는 데 있어 반드시 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필요한 것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것 같아요. 운명에 순응하자. 내가 글을 써야만 하는 상황이 왔을 때, 뒤돌아보지 않고 순응하는 것. 세계가 나를 밀어서 이 위치에 갖다 놓았다면, 그 위치에서 순응하고 그 운명을 사랑하는 것. 아모르 파티라고 하잖아요.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 김동진 동문은 차분하고도 진중한 태도로 인터뷰에 응했다.

◆지지해 준 사람들

그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함께 글을 써준 친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외로운 작업이어서 옆에서 같이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국어국문학과 시 학우회 친구들이 바로 그런 존재들이다. ‘할 수 있을 거야’, ‘잘 될 거야’라는 위로의 말을 건네주는 것보다 그저 옆에서 같이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그를 지탱해주는 힘이었다.

“사실 저는 응원이나 격려 섞인 말을 잘 안 믿어요. 그런 것보다 저와 함께 글을 써주고, 제가 쓴 글을 읽어주고, 같이 합평해주고, 자신이 쓴 글을 저에게 보여주고, 그렇게 함께 글쓰기를 이어갔던 사람들이 저에게 가장 큰 지지가 됐어요. 취업 준비를 하지 않아도 내버려 둔 부모님에게도 감사해요. 저는 그걸 지지라고 느꼈어요. 뭐라 안 하는구나. (웃음) 하고 싶은 거 하라고 맘대로 풀어주셨어요. 무언가를 하라고 열심히 응원해주는 것보다 포기하라고 하지 않는 것, 그만두게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지지죠. 그런 점들이 제일 감사해요.”

 

◆쓰고 싶은 평론

평론가로서 그가 지닌 소망은 소박하다. 어떤 평론가가 되고 싶고 그가 지향하는 평론은 무엇일까.

“제가 평론을 쓰는 이유는 작품을 더 잘 읽고 싶다는 것뿐이에요. ‘어떤 사람이 되자’ 보다는 ‘어떤 사람이 되지 말자’는 생각이 커요. 평론가의 권위로 작품을 함부로 평가하는 식의 폭력을 행사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게 제1원칙이에요. 폭력배는 되지 말자. 다른 욕심은 없습니다.”

 

다음은 글을 쓰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 김동진 동문이 보내준 글의 전문이다.

글을 쓰는 일은 좋은 일입니다. 그것이 일기든, 장르소설이든, 무언가의 감상문이든, 시든, 소설이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구체화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능력입니다. 글을 쓰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누구든 응원합니다.

하지만 글을 직업으로 삼는 것은, 특히 등단을 목표로 하는 것은 재고를 권하고 싶습니다.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글을 써서 먹고 살 수 있을지, 자신이 진정으로 글을 사랑하고 욕망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문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말입니다. 근래 SNS 같은 곳에서 떠돌아다니는 시 같은 것들만 보고 문학에 대한 환상을 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문학은 좋은 말들의 집합체도 아니고 삶의 위로도 아닙니다.

고민을 어느 정도 끝냈거나, 고민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시 학우회에 찾아오길 바랍니다. 국어국문학과 사무실로 찾아오면 언제든 반갑게 맞아줄 것입니다. 다만 다시 이야기합니다. 문학은 위로가 아닙니다. 지친 삶을 따뜻하게 다독여주는 위로 같은 것이 아닙니다.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며 삶을 고민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겁먹지 마십시오. 그 과정이 결국 내던지고 싶은 삶을 지속시켜주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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