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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코로나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정다혜(국통·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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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16  14: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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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로 향하고픈 이상은 중력을 거스르지 못한 채 떨어졌다. 꼭대기에 선 순간, 난장이가 던지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신체적 구조가 주는 나약함, 혹은 틀에서 벗어나기 위한 부단한 날갯짓이었을까. 관습과 질서가 팽배한 조직에 대립하는 탈구조적 양상은 세대가 지나도 이어진다. 변화를 아우르는 신기술·산업에 대해 상호작용을 경계하는 기성세대와 소수 이해 집단의 면모는 얼핏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소설 배경인 1970년대 후반과 다르지 않다. ‘규제’라는 명분하에 그들이 지켜내고 싶은 것은 중력처럼 이끌리는 타성인지, 혹은 난장이 같은 군상이 우러러보지 못하도록 세우는 거인들의 위계인지 알 수 없다. 꼬리를 잇는 의문은 시대를 넘나들며 평행하게 점철된다.

왕관의 솟은 돌기처럼 코로나19는 연일 날카롭게 한국을 침투하고 있다. 사회에 박힌 규제 대못이 바이러스가 닿는 교육, 의료, 기업 곳곳의 흐름을 타고 차례대로 뽑히고 있다. 급작스럽게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 대학가는 비상이 걸렸다. 교육부는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 오프라인 대면을 금하는 대안으로 원격 수업을 제시했다. 본래 20% 이내로 제한했던 원격 수업의 학점 제한을 올해 상반기에는 적용하지 않는 조치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전 교육부가 정립한 원격 수업의 운영 기준은 적용 범위, 규정, 교과목 제한, 점검과 위반 사항 등으로, 실시하기까지 체감상 위험 부담이 컸다. 짧은 기간 내 평균 4,000여 개에 달하는 수업을 온라인으로 제작하기 위해서 스튜디오, 카메라 장비 등 인프라 구축이 요구되며, 편집과 촬영을 담당할 인력도 새로 채용해야 하는 수순이다. 대규모의 강의를 제외한 나머지는 교수들에게 자체 준비를 권했다. 만만치 않은 과정을 넘어 미비한 준비 상태로 수업의 질이 담보될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 원격 수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권리를 자치적으로 대학에 맡겼다면, 대비 과정이 좀 더 원활하게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홍콩, 베트남 등 해외 대학에서는 이미 온라인 강의 전면 도입이 자연스러운 추세다. 해외는 콘텐츠 수출을 고려하고 에듀테크의 시스템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사이버를 통한 강의 비중이 1%를 웃도는 한국 교육계에 던져진 공이다. 원격 수업의 제한이 해제된 현시점이 대학 교육 개혁의 도약을 만들 기회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던 원격 의료도 일시적으로 허용됐다. 환자는 의료 기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전화 상담과 처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급속히 번지는 지역적 감염을 방지하고 시간·비용 대비 정확한 처방과 케어 서비스까지 이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득이다. 모바일 헬스 케어 관련 산업에 중점을 두고 원격 시스템을 추진 중인 미국, 중국과 달리 한국에선 원격 시스템 도입 자체에 고전이 있었다. 의료인 사이에서만 원격 의료가 허용된다는 의료법과 대형 병원에만 몰릴 것을 염려한 시민 단체의 반발이 원인이다. 국회에서 수차례 언급돼 왔던 원격 의료 발의를 통과시켰다면, 외신에서도 주목할 만큼 뛰어난 한국 ICT 기술을 접목한 신산업들을 활용해 취약 지역·계층에게 신속하게 대응하고, 부족한 인력과 사회적 비용에 대해 혁신적인 서비스로 대응하는 등 침착한 방역을 선보였을 것이다. 세계 각국이 원격 의료산업을 키우는 것은 잠재적인 효용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 아닐까. 위기 상황에 한시적으로 그친다면, 한국 기술력과 시장은 해외 기업에 묻히게 될 것이다. 보건의료시스템의 혁명이 도래할 계기를 이대로 놓칠 수는 없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사회적 수요와 규제 간 갈등은 금융계의 핀테크 활성화를 막는 ‘망 분리 원칙’ 예외적 허용, 공유 경제 기반이 될 차량 공유 서비스 ‘타다 금지법’ 개정안 통과 등 끝없이 생성되고 있다. 혁신이 아무리 법의 회색 지대로부터 시작된다고 한들, 기득권 보호 차원에서 규제로 가둔다면 도전 정신은 틔워지기 어렵다. 난장이가 디뎌야 하는 발판을 과거와 현재가 무너뜨린다면, 미래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걱정이다. 코로나가 던진 공이 조금이나마 봉쇄문을 깨뜨려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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